영성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 / 김기석 / 비아토르

huuka 2021. 10. 12. 15:51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머난 거리에 있다면 어쩌면 볼 수 없음이 당연해 이렇게 그리움이 깊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척에 두고도 만날 수 없다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면 마음의 그리움은 더없이 깊어지리라. 코로나상황은 지난 1년간 그리고 금년 가을에 이르도록 강요된 단절에서 자유하지 못한다.
청파교회 김기석목사는 고단한 시간을 건너가고 있는 청파교회의 성도들에게 그리움을 담아 한주에 한통 편지를 쓴다. 그 편지를 비아토르에서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출간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목회자가 자신의 양무리에게 보내는 연서를 통해 동일한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거라는 기대다. 그 의도는 적중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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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직나직 차 한잔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듯 김기석 목사는 편지를 적어간다. 안부를 묻고 피곤함과 외로움에 눈물흘리는 길벗에게 위로를 전한다. 함께 함으로 기운을 북돋우고 다시금 길을 걸어갈 수 있게, 지난한 이 시간을 견뎌낼수 있게 말을 걸어온다. 같은 사역자이지만 참 이런 분 존경하고 부럽다. 나는 내게 맡겨진 영혼들을 이렇게 살뜰하게 챙기고 돌보았을까? 이런 사랑이 내게 있을까? 아비와 같은 마음이 없는 내상가득한 나를 볼 때 누구를 돌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사역을 내려놓아야 할 시기가 왔다. 내 몸. 내 마음하나 추수르기도 힘든 나를 본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내 마음과 내 감정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인듯하다. 오늘 김기석목사의 편지로 인하여 유보된 폭발이지만 나는 내 자신이 두려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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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
하나님은 언제나 절망에 빠진 이들 속에서 빛을 창조하십니다.
p29
말씀은 우리가 세속의 물결에 떠밀려 가지 않게 해 주는 영혼의 닻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가야 할 방향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키 입니다.
p32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살아갈 때 삶의 비애는 줄어듭니다.
p68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은 이들에게 슬픔은 '복된 슬픔'이 될 수 있습니다.
p91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하나님의 생명 싸개 속에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p98
삶은 순례입니다. 순례자는 장소와 장소 사이를 그냥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간을 참회와 치유의 시간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p103.
경외심이 사라진 곳에 깃드는 것이 불화입니다.
p109.
사람들은 '때'의 문제를 자기들의 통제 안에 두고 싶어 합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의 주인이 아니기에 때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때를 기다리며 살 뿐입니다.
p110-111
눅진눅진한 삶의 자리에 하늘 빛을 가져가는 것이 믿는 이들의 소명입니다.
살면서 우리는 외부 세계에 의해 상처를 받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여러 가지 껍질을 만들곤 합니다. 그 껍질이 두꺼울수록 자아 또한 강해집니다. 자아가 강하다는 것은 다른 이들과 소통할 능력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습니다. '나 아我' 자는 손 수手자와 창 과戈자가 결합한 것입니다. 손에 창을 들고 있는 것이 자아라는 말입니다. 자아가 강한 사람과 만나고 나면 마음에 성처가 남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p128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일상을 살면서도 자꾸 우리 삶의 뿌리를 돌아보며 산다는 뜻일 겁니다.
p159.
감사는 내게 주어지는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