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일상이야기> 길 고양이 통신 - 고경원 - 앨리스 2017.08.29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다. 한 마리는 암컷인 카무. 한 마리는 수컷인 시로다. 두 마리 다 그이가 마량 장날 오천원씩 주고 사왔다. 하지만 이 두마리는 분명 다른 태생(胎生)일거라고 나는 확신한다.카무는 오천원짜리 고양이 맞다. 그이가 붙여준 별명대로 무엇인가 부족한 '떨구리'다. 그리고 일단 물고보는 말괄량이, 평민이다. 하지만 시로는 다르다. 분명 잠행(潛行)나왔다 나쁜 이들의 손에 잡힌 착한 왕자님이시다.윤기나는 하얀 털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운 뒤태. 온유함으로 군림하는 카리스마는 그를 주인으로 모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우아함의 극치가 있다.나는 그를 사랑한다. 내 품에서 갸르릉 거릴 때 그가 주는 위안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다정함이 깃들어 있다. 도도하게 꼬리를 세우고 등을 돌리며 나를 외면할 때조차도 내 영혼은 그에게 순종할 수밖에 없다.나의 영혼은 온통 그로 가득하다. 그런 까닭일까? 서가에서 잡히는 책들조차 그들의 이야기다. 이상한 일이지만 고양이에 관계된 책이 의외로 참 많다. 그것도 인간들의 친구인 강아지책보다도 훨씬. . .
#고경원의_길고양이통신 이라는 책은 앨리스 출판에서 나온 책이다.서울 숲에서 거문도까지 길고양이와 함께 한 10년간의 기록인 셈이다. 고경원 작가는 이미 고양이에 관계 된 다수의 책을 출판했다. 그것도 집고양이가 아닌 길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책머리에서 "길고양이가 있는 따뜻한 골목을 꿈꾸며"(p5)라고 이야기를 꺼낸다. 길고양이는 우리 주위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그 존재감까지 사라지고 만다. 거리의 고양에게도 제각기 사연과 감정이 있고, 소중한 삶이 있음을 고경원은 글과 사진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화단 고양이의 10년간의 기록을, 2부는 고양이 동네 개미마을을 소개하고, 3부는 타박타박 걸어떠나는 고양이 여행에 관하여 적고 있다. 또한 사이사이 에필로그와 길고양이 수첩을 넣어서 길고양이에게 어떻게 돌볼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다른 나라의 고양이이야기까지 만나 볼 수 있다.
"눈부처란 말이 있다. 눈동자에 비친 사람의 형상을 뜻하는데 이를 맞이하려면 상대방을 지긋이 마주보아야 한다. ............길고양이를 찍는다는 건 나와 고양이 사이에 눈부처 하나씩 정표로 나눠 갖는 일이다."(p13)
"길고양이 마음은 소금밭이다. 길고양이 등에 내려앉은 눈송이는 만지면 손을 벨듯 날카롭게 각이 진 소금을 닮았다......아리고 쓰린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는 누군가의 손길을 떠올리고 그 소금같은 눈을 묵묵히 맞으며 견디는 고양이의 마음을 상상한다."(p90)
"마음이 곪으면 눈물이 나듯 멎지 않은 눈물은 길고양이에게 마음의 고름같은 것인지도 모른다."(p189)
"길고양이의 친구가 되려는 마음은 결국 작고 약한 것들의 편이 되고 싶은 마음이고 말이 아닌 울음으로 아픔을 표현하는 이들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이다."(p190)
우리집 1층은 횟집이다. 온 동네 길냥이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몸집만큼이나 넉넉한 횟집 사장님이 회 뜨고 남은 생선을 곧잘 던져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두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어느새 정보가 공유되었는지 아니면 식구가 늘어난 것인지 6-7마리까지 앉아서 생선이 날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아직 길냥이들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내 영혼을 앗아간 시로에게만 머물 뿐 카무에게도 인색한 까닭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내 마음을 앗아간 시로는 정녕 "고양이 왕자"이거나 "고양이 백작"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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