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밤의 기온차이를 맹맹해지는 코를 통해 알게 되는것은 현대인의 숙명인지도 몰라.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어김없이 앓게 되는 알러지성 비염이 찾아왔어. 마스크를 쓰고 잔뜩 예민해진 기관들을 다스려도 불편하긴 매한가지야. 이곳에 와서 알러지주사를 3번 맞았는데 마지막엔 패밀리닥터가 더이상 맞지 않는 편이 좋다고 약으로 다스려보자고 했어. 하지만 약인들 뭐가 좋을게 있을까 불편해도 마스크로 참아보려고 하는데 머리까지 띵해온다.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테이블에 올려진 냅킨을 보았어. 아마 몇일 전 다녀온 레스토랑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할거야. 가능한 바깥 음식을 먹지 않으려하지만 어쩔수 없이 먹게 될 땐 참 난감해. 무엇을 먹어도 기름지고 짜다는 것. 하지만 어쩌겠어. 그날도 그랬던것 같아. 간단하니 요기할 셈으로 햄버거를 시켰어. 제법 볼륨도 있고, 함께 양파튀김이 나왔어. 난 양파튀김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쩜 이렇게 잘 튀겨질수 있는지, 단연 내가 먹은 양파튀김중에 베스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바삭하니 잘 튀겨진 옷에 숨은 속살은 달기까지 하더라. 정작 버거는 반밖에 먹지 못해 포장해서 왔는데 그 박스안에 딸려온 냅킨인것 같아. 그날도 냅킨을 보면서 예쁘다 생각을 했지만 오늘 찬찬히 살펴보니 그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음식, 그곳에 앉은 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모든 것이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냅킨 한장. 어쩌면 참 하찮은 것인데 이런 것들이 품격을 갖출 때 왠지 대접받는 기분이 들거나 어떤 한 사람의 격을 상승시킬 때가 있다는 걸 우린 알아. 그 레스토랑은 뮤지엄안의 아주 작은 곳이었어. 메뉴도 다양하지 않았고 관람을 하다 간단히 식사나 차를 즐길수 있는 곳이었단 말이야. 하지만 이 냅킨을 봐. 어쩜 이렇게 뮤지엄과 맞아 떨어지는 것일까. 하찮은 냅킨 한장이 " 당신이 찾고자하는 美, 아름다움이 이곳에 있어요." "우리는 당신을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한 부분으로 생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잖아. 그랬어. 나는 이 작은 냅킨 한 장으로 그날 대접받는 느낌을 받았고, 포장박스속에서 다시금 이것을 발견했을 때 그들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어. 남자 양복주머니에 꼽는 행거치프(Handkerchief)있잖아. 우리 문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만 작은 행거치프의 매력은 한 남자의 센스를 돋보이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잖아. 어쩌면 한 사람의 품위를 높여주고 공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배려를 받는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아주 작은 하찮은 것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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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이도 그렇지 않을까? 아주 하찮은 것 하나로 인해 서원해지고 또한 잊지 못할 그 무엇으로 기억이 되어지기도 하지.
매일매일 특별하지 않은 그 하찮은 일상이 갖는 무게는 상실의 자리에서 더없이 크게 그 가치를 깨닫게 되기도 하고, 하찮은 물건하나에 담긴 그날 그 시간의 기억이 사무치는 그리움이 되기도 하잖아. 나는 그렇더라고. 책장에 꼽힌 책을 펼칠 때마다 마주하는 익숙한 너의 이름과 짧은 글귀를 대할 때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과 흘러가버린 헛된 말이라는 마음보단 그 하찮음에 담긴 그날의 시간이 전혀 하찮지 않아서 코끝이 시려 오더라.나는 앞으로도 몇날을 이 하찮음으로 인해 코등이 시릴것이고 새로운 하찮음에 의미를 새겨나가게 되겠지. 하찮음이 갖는 자리는 결코 하찮지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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