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은 여전히 여름의 더위가 남아있지만 부인할수 없는 가을이 눈앞에 와 있어. 불어오는 바람에서 청량감보다는 스산함이 느끼게 된다면 맞아 가을, 가을인거야. 마음의 작은 결심들이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다지도 힘이 들고 용기가 필요한건지.. 매일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유년시절 일기쓰기만으로도 충분히 우린 알지.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일들이 많아지고 어쩜 소중한 그 순간들을 놓치고 있다면 정말 아쉬울 것 같아서 다시금 글을 적기로 다짐을 하게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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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미국의 유명한 마켓 중 하나인 Trader joe's라는 곳에서 미니 토트백을 판매했는데 이게 말이야. 정말 인기가 많아. 왜냐면 가성비가 장난 아니기때문이지. 한국에서도 이 마트의 장바구니가 엄청 비싼 가격으로 되팔렸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번 시즌은 일명 보부상백이라는 기존 가방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작은 사이즈야. 3달러짜리 가방의 퀼리티가 일반 기념품샵에서 파는 35달러짜리 가방과 비교해 결코 그 질이 떨어지지 않으니 가성비로 따지면 정말 엄청 난거지. 나도 딸들에게 보낼 요량으로 사러 갔더랬어. 8시 오픈인 마켓에 9시가 다된 시간에 도착을 했어. 이미 마켓 안에는 엄청난 줄이 늘어져 있었고, 일인당 2개이상은 살 수 없다는 안내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어.
정말 웃긴것은 이 늘어선 사람들 중에 미국인 노란머리는 찾아 볼 길이 없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시안들이었다는거야. 물론 나를 포함해서.. 나는 이곳에 살면서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특성 중 하나가 유행에 민감하고 유행의 아이콘이 되길 원한다는거야. 그럼에도 뭐랄까? 한국에서는 이런식으로 인기몰이를 하면 여기저기에서 같은 물건을 찍어내고, 수량을 증가할 것인데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이들에게 충실한 장바구니까 우리들에게는 남과 다른, 미국에서 온 작고 깜찍한 가방이라는 것에 웃음이 날수밖에 없다는 거야. 3달러짜리가 쿠팡에서 2만원정도에 판매가 되고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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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은 할로윈과 가을축제를 위한 호박장식이 엄청 유행중이야. 호박하면 노이로제가 걸릴만큼 먹는 것, 마시는 것, 화장품, 장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 호박인거야. 그래 지금은 호박의 시절. 가을호박의 시즌이야. 나는 그중에서 호박으로 맛을 더한 Pumpkin spice coffee를 하나 샀어. 향도 향이지만 혀끝에 느껴지는 알싸한 맛이 제법 중독성이 있는 커피야. 홀빈을 찾았지만 홀빈은 없고 그라인드된 것 밖에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이 시즌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이니 매일매일 제대로 즐기기로 했어. 시절을 즐긴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는 것을 나는 알아. 시절은 유한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니까 말이야. 한밤의 어둠움이 새벽빛에 자리를 물려주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지난 여름도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에 그 시절이 끝나버렷어. 지금은 질릴듯 보이는 이 호박덩이들도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밀때즈음이면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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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끔 생각해.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너무나 짧아서 아쉬움만 남은 그 시절을 떠올릴때면 마음한켠이 참 아려와.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다시금 온다해도 그것은 같은 시절이 아닌 또다른 시절일터. 그래서말이야. 시절을 즐긴다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나의 오감안에 남기는 행위인것 같아. 알싸함이 혀 끝아래에서 비강을 통해 느껴질 때 달콤함보다는 어쩜 알싸함에 가까웠던 너와의 시절이 겨울만을 남겨둔 가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그때 맞잡았던 따뜻한 손안의 온기는 한기가 스며든 가슴을 녹이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을 그래서 감사함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난 기록하고 남기기로 했어. 나의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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