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까닭.

huuka 2023. 5. 8. 11:52

모질어 지기 싫어서, 원망하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틀어지거나 무너지거나 더이상 일으켜 세울 것도 없이 깨져 버린 인생을 조각보 깁듯 기워가는 것이 더 비참할듯하여 깨진 홈을 메우고 갈라진 금을 지워버리는 것을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고이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많은 말들 때문에 오히려 글을 쓸 수 없는 시간을 지났다. 글이 가진 그 위력을 알기 때문에 서슬 퍼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저 주억거리며 삼키는 삶.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오히려 살겠더라. 아직도 남은 마음의 그 무엇이 미련일지라도 미움보다 사랑이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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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형 집 창문에 작은 에어컨이 달려 있는데 비가 올 때마다 타닥타닥 거리는 빗소리가 마치 처마에 빗방울 떨어지는 듯 해 마음은 더욱 애잔해져 온다. 사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적어도 나의 강한 생의 의지는 의무감을 연료로 유지된다. 소진되기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 내 생애 가장 지루하고 긴 시간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 인생이 살아질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나는 알 길 없지만 편한 잠을 잘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듯하다. 나는 아직 떠날 마음도 떠나보낼 마음도 준비 되지 않았다. 설 익은 마음은 후회가득한 글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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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 다가온 글을 난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아니 글렀다. 끝내지 못하는 고인 이야기가 되었다. 그 고인 이야기는 내 가슴에서 썩어 목구멍으로 냄새가 올라오겠지만 나는 꾹꾹 눌러 되새김질 하듯 다시금 속으로만 욱여 넣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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