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선사 2

서재를 떠나보내며.

책장의 책들을 박스에 옮기니 80여 개가 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해 박스째 베란다에 둔 것과 합하면 90박스가 넘을 듯하다. 통장에 잔고는 하나 없지만 이렇게 책 박스는 늘었다. 라이프 스타일? 지적 허영심?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구입하고 간직했을까? 다 읽지 않았다 할지라도 아니 절반이라도 제대로 읽었다면 이런 삶의 모양일까? 다독이 중한 것이 아니라 천천히 사유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독서가 중하다 누군가 말했다. 그래 그 말이 옳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읽고 낯설게 보고 틈을 가지고 생각해보는 것. 기필코 몸으로 읽어내고야 마는 체독이 중하다 생각하는데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단지 활자중독이었는지, 다만 책을 사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이 ..

일상 2022.07.04

강진 - 설록다원 / 차향에 가을이 기울고 그리움도 기운다.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1216-13 설록 다원 월출산. 巖叢屹屹知幾尋 우뚝 솟은 바위산은 몇 길인지 알 수 없고 上有高臺接天際 위에 있는 높은 누대 하늘 끝에 닿았도가 斗酌星河煮夜茶 북두로 은하수 길어 한밤에 차 끓이니 茶煙冷鎖月中挂 차 연기 싸늘하게 달 속 계수나무 감싸네. 차밭이라고 하면 보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차의 역사를 안다면 강진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설록다원을 떠오려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녹차의 대중화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아모레퍼스픽에서 운영하는 설록다원 밭이다. 가을 하늘이 높아진 어느 날 강진으로 향했다. 목적지가 차밭이었던 것은 아니다.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을 찾기 위함이었지만 진입로가 공사 중으로 지나쳐 우연히 발걸음이 머물게 되었다. 도로 양편으로 펼쳐..

일상 202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