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96마일을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건만 날씨만은 닮아 있어, 이곳이 그곳인듯, 그곳이 이곳인듯 종종 나는 헤매이게 된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마지막 남은 잎사귀를 기필코 다 떨어뜨려 놓겠다는 모진 바람에 가지는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바닥을 뒹구는 낙엽은 내린 비에 반사되어 모체로부터 이어받은 자신의 색을 가감없이 토해버린다. 이렇게 한 계절이 또 지나가는구나. . 모든 것이 빛을 잃는다. 여름의 끝자락, 그러니 가을의 초입이라 할까.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비치를 찾았다. 아마도 한 두 전주즈음 총기사고가 있어 막둥이는 가지 않겠다고 했지. 이미 시즌이 끝난 비치였던 까닭에 놀이시설조차 멈추어 있었다. 그렇게 분주했던, 그렇게 들떠있던, 열기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시간을 낚는 은발의 낚시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