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저씨의 오픈 마켓이 열였다. 궁금해서 눈여겨 살펴보아도 돈을 주고 살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뭐랄까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들은 쉬이 값으로 흥정할 것이 아니다. 판매대 아래 눈부신 금발에 드레스를 입은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소유주의 시간은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 놓았지만, 인형의 얼굴은 처음 그 가슴에 안겼을 때의 얼굴 그대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을까? 때로는 함께 웃었을 것이고 때로는 함께 울었을 시간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속삭임으로 위로를 구했을 시간이 소용을 다했음에도 감히 떼어놓지 못했다. 오늘은 그 시간과의 이별을 고하는 것일까? 자신의 애착과 과감하게 작별을 고한다. 족히 3-40년은 넘었음직한 자동차를 얼마나 쓰다듬고 보살폈으면 저런 광채가 나고 유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