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발걸음으로 오던 가을이 소리는 감출 수 있었지만 바꿔입은 옷만큼은 감출 수 없었나보다. 한차례 비로 이렇게 세상이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순간이라고 느끼는 것은 우리들일뿐 자기만의 속도로 그들의 성실이 마침내 드러났다. 이 세상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을까? 변화는 그렇게 갑작스레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관성의 법칙과 끊어내기 힘든 죄성은 우리의 변화를 더디게 하고 주저앉게 만든다. 자연이 가진 창조주앞의 순종이 경이로운 것은 여기에 있다. 매일의 해가 떠오르고 그날의 바람이 불고 때를 맞춘 비가 계절을 이루어간다. 서두르지도 조급해하지도 않는 나뭇잎을 보라. 순전한 자기만의 때를 기다려 색을 바꿔간다. 한 나무 한 뿌리에서 나고 한 가지에서 자라도 잎들은 자기들의 시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