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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X 팍스 / 사라 페니패커

huuka 2018. 1. 27. 16:27


사랑하는 나의 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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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페니패커의 팍스(PAX)” / 존 클라센 그림 / 김선희 옮김 / arte출판

 - - - “우정은 봄 햇살보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것이란다.”

 - - - “최고의 친구는 바로 엄마 아빠란다. ”

 

사랑하는 나의 아가들아.

오늘은 모처럼 창 가득 햇살이 들었단다. 배란다에는 흘러내린 물이 꽁꽁 얼어 있는데도 말이야. 할머니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참 좋아한단다. 마치 봄 햇살처럼 모든 것들이 포근포근해지는 느낌 같아서 좋아. 하루의 반시간을 자버리는 고양이들을 애써 창가로 옮겨놓았어. 착한 시로는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두 발을 다소곳이 모아 식빵 굽기 자세로 잠을 청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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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그건 말이야. 한 소년과 여우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팍스>라는 이야기란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우정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은데 사람과 동물과의 우정이라니 참 신비롭다. 하지만 할머니가 좋아하는 고양이 시로를 생각해보면 사람과 동물과의 우정이 힘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금새 알 수도 있단다. 왜냐하면 말이지. 할머니가 많이 아프고 힘들었던 때가 있었어. 그 누구에게도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고 이야기해도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해줄 것도 같지 않은 때. 시로가 말이야. 가만히 가만히 안겨서 자기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을 수 있도록 자기의 몸을 맡겨왔어. 아무런 말이 필요치 않았어. 다만 자신이 가진 전부인 그 작고 보드라운 몸을 눈물이 그칠 때까지 가만히 허락해주었다는 것.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몰라. 할머니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냐옹한마디에 수 만 가지 감정들을 담은 다양함이 있다는 건. 시로와 할머니가 함께 한 시간이 가르쳐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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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어떤 친구들이 있니? 할머니가 너희들의 친구들도 볼 수 있다면 맛있는 것을 만들어 주었을텐데 참 아쉽다. 하지만 할머니는 믿어 너희들에게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왜냐하면 할머니는 너희 엄마에게 좋은 친구들이 있기를 기도했듯이 너희들에게도 좋은 친구와의 만남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하기 때문이지. 너희 엄마는 많은 친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야. 해가 바뀌면 몇몇의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기도 했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단 한명 혹은 두 세명의 친구만 있으면 충분한 그런 타입이었어. 너희 이모 세아는 엄마랑은 달리 많은 친구들이 있었고, 친구들에게도 사랑받고, 인기 있는 타입이었는데 참 반대다 그치.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벗이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하지만 마음을 깊이 나눌 수 있는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또한 함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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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친구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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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말을 그렇게 많이 사용하면서도 정확한 뜻을 모르겠더라. 그래서 사전을 검색해 보았어.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친구란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이라고 풀이해뒀어. 맞아. 나이가 달라도, 성별이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오래도록”“친하게” “사귐이라는 말에 있는 것 같아. 그렇다면 말이야. 할머니에게 좋은 친구는 누구였을까? 하고 생각보게 되었어. 할머니에게도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나눈 몇몇의 친구들이 있었단다. 하지만 말이야.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친구는 바로 너희들의 엄마. 상아. 세아라는 생각이 들구나. 너희들의 엄마는 할머니에게 참 좋은 소중한 친구였어.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어렵고 힘든 때도 늘 함께 였단다. 때로 싸울 때도 있었고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오해하고 원망하는 시간도 있었겠지? 하지만 이 할머니에게는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좋은 너무나 좋은, 사랑하는 친구였다. 너희 엄마들에게도 이 할머니가 그런 좋은 친구로 기억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그건 엄마의 마음이니까 할머니는 알 수가 없구나. 할머니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너희들에게도 좋은 친구인 할머니로 있고 싶었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음을 할머니는 알고 있단다. 다만 바라기는 너희들에게 너희들의 엄마가 좋은 친구가 되기를, 그리고 너희들이 엄마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리를 바란단다.

맞아. 할머니가 오늘 이야기를 해 준다 하고선 잔소리가 많이 길어졌다 그치. 할머니는 어쩔 수 없나보다. <팍스>라는 책은 할머니가 울면서 읽은 책이야. 물론 할머니의 별명이 고장난 수도꼭지라서 잘 우는 건 분명하지만 충분히 눈물 흘리며 읽을 수 있는 아주 감동스런 이야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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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피터라는 용감한 소년이란다. 이 소년은 교통사로로 엄마를 잃게 되었단다. 그래서 일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미를 잃고 길가에 버려진 아기 여우를 데려와 5년 동안 정성으로 키우게 돼. 이 여우의 이름이 책 제목인 팍스란다. 하지만 피터와 팍스에게 위기가 닥치게 되지. 전쟁이 일어나게 된 거야. 피터의 아버지는 전쟁에 자원하게 되고 피터를 할아버지 집에 맡기기 위해, 팍스를 공장 야생 숲에 버리게 된단다. 피터는 눈물로 팍스를 놓아주지만 500미터나 떨어진 할아버지 집에서 자신의 결정은 잘못된 것임을 알고 팍스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된단다. 피터의 마음은 너무나 급했어. 야생의 여우가 사람 손에서 자라다 보니, 아무리 여우라 할지라도 한번 길들여지면 야생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야. 팍스를 향한 피터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미안함으로 가득했지만 팍스는 절망하지 않았어. “인간친구가 나를 찾으러 올 거다.”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으니까. 사랑하는 아가들아 그런 것 아닐까? 우정은 이런 위험 속에서도 친구를 찾아 떠나는 용기와 친구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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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터는 팍스를 찾아 떠난 길에서 다리를 다치게 되고 볼라라는 아줌마의 농장에서 잠시 머무르게 된단다. 볼라라는 아줌마는 전쟁에서 다리를 다친 간호병이였어. 하지만 전쟁의 상처로 인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끊고 숲속에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어. 하지만 팍스를 향한 피터의 우정을 바라보면서 볼라 아줌마의 닫혔던 마음은 새롭게 열리게 되고 단절된 세상으로 다시금 발을 내밀게 된단다. 볼라 아줌마는 피터를 마음속에 소중한 친구로 맞이하게 된단다. 그리고 피터를 팍스에게 돌려보내면서 언제나 좋은 친구로 피터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현관문은 열어둘게.” 라고 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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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야생에 숲에 버려진 팍스는 새로운 여우무리를 만나게 되고, 피터를 기다리며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게 되지만 그 사건들이 결코 견디기 쉬운 일들은 아니었어. 하지만 힘든 과정 속에서 피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단다. 드디어 500미터의 거리를 극복하고 피터와 팍스는 만나게 된단다. 하지만 피터는 알게 돼. 팍스에게 새로운 여우가족이 생겼고 이제는 더 이상 자기와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피터는 볼라 아줌마가 자신을 팍스를 찾으러 갈 수 있도록 보내주었듯이 팍스를 떠나보내게 된단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말 염려하는 마음으로, 언제든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돌아와도 좋다는 뜻으로 볼라 아줌마가 해 주셨던 말을 그대로 팍스에게 해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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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문은 언제나 열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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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소년과 여우의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되고 있어. 한 번은 소년의 이야기가, 한 번은 여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야. 소년과 여우는 서로의 상황 속에서 힘듬과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며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어. 우리들은 이 책을 통해서 소년과 여우가 바라본 전쟁의 모습들 또한 보게 된단다. 전쟁의 진정한 무서움, 잔인함, 폭력과 희생과 슬픔이 생생하게 볼라 아줌마의 모습을 통해, 죽고 상처 입은 동물들, 여우들을 통해. 파괴되어지는 자연을 통해 말이야. 하지만 소년과 여우의 절대적 신뢰와 유대는 무엇보다 강한 힘으로 전쟁에 상처받은 존재들을 보듬고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게 됨을 알게 되지. 인간을 믿지 않는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피터에 대한 팍스의 신뢰, 다리가 부러진 고통 속에서도 여우를 찾으려 애쓰는 소년 피터의 팍스에 대한 사랑은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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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가들아.

진정한 우정에는 이런 믿음과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단다. 나만 생각하는 욕심과 다른 이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과 기다려주지 않는 조급함과 성급한 판단은 소중한 우정을 키워 가는데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꼬옥 기억하렴. 신뢰는 잃기는 쉬워도 얻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단다. 우정 또한 그렇지 않을까?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진정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적은 것은 왜일까? 그만큼 우리들의 마음이 나만 아는 이기심과 나를 중심으로 한 욕심이 차지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자.

참 이 책의 제목인 팍스는 여우의 FAX가 아니라 PAX를 사용하고 있어. 여우와 평화를 중의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셈이지. 참 제목에서부터 의미심장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치? 또한 이 책의 저자인 사라 페니패커(Sara Pennypacker)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많은 그림책 시리즈 작가이기도 해. 그리고 칼데콧 수상작가이기도 하단다. 우리 아가들이 이 책 PAX뿐 아니라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피터가 팍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듯이 또한 너희 엄마가 할머니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듯이 너희들도 엄마에게 좋은 친구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이만 줄일게.

세상에서 너희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할머니 후우카

2018127일 햇살이 눈부신 토요일


담아둔 문장.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넌 사납니, 아니면 길들었니?"P123

"그러니까 피닉스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둥지를 채워요 피닉스 이야기에 몰약과 계피가 나와요. 그러고 나서 그 둥지에 불이 붙고, 새의 늙은 몸은 불에 타요. 그러면 새로운 새가 그 늙은 새의 재에서 떠오르죠. 엄마는 그 부분을 무척 좋아했어요. 엄마가 그러는데 그건 아무리 상황이 나쁘게 치달아도 우리가 언제나 다시 새롭게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래요." P134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평범한 진실을 깨닫는 게 가장 어려울 수도 있어. 네가 진실을 알고 싶지 않다면 넌 그것을 숨기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야."P214

"너는 어떤 감정도 피할 수가 없어. 우리한테는 모두 분노라고 부르는 짐승이 한 마리씩 있으니까. 분노는 우리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나쁜 것들을 볼 때 분노를 느끼는 건 좋은 거야. 분노는 부당한 일들을 올바르게 바꾸어주지 하지만 우선은 분노를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해."P246

"가 괜찮아.

하지만 피터는 괜찬지 않았다. 고통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심장을 발로 채인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팍스가 고통을 느낄까 봐 그러면 떠나지 않을 것 같아서 피터는 손을 뒤로 빼냈다.

"가!"

"아니 난 네가 여기 있기 바라지 않아. 현관문은 언제나 열어 둘게. 하지만 넌 가야 해."P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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