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항로를 따라 시속 200-400km의 제트기류에 몸을 실어 14시간을 날아온 곳이건만 고국과 같은 가을이 오고 코스모스가 핀다. 일정한 모양으로 띄엄띄엄 나지막한 건물에 정원을 가꾼 익숙하지 않은 집모양새가 아니라면 피부에 느껴지는 온도는 동일하다. 익숙한 것들을 보게되면 가슴을 쓸며 안도하게 되고 그 안도는 익숙한 것에서 사라진 그 무엇으로 인해 슬픔과 그리움을 만든다. 낯선 곳에서 하루하루가 이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은 기이한 일인지도 모른다. 5시간 정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여야하는 생활은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틈틈이 20-30분 쉬는 짬에 앉아있기보다 산책을 나서는 것이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이곳은 벼락을 맞아 부러진 나무를 그루터기만 남겨두고 베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