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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외설사이.

방학이 몇일 남지 않은 막둥이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다녀왔다. 클래식음악이라면 모를까 그림에는 관심 일도 없는 아들녀석을 다독여 미술관에 가는 일은 출발부터 순탄치않다. 마지못해 엄마 취미에 동행해주려는 마음보다 귀찮음에 선듯 내키지 않은 걸음이다. 버스에 지하철을 두번이나 환승하는 길이니 그길도 이 더위에 짜증이 날 터. 그럼에도 4시간 넘게 미술관에 머무르며 시간을 함께 해준 녀석이 그저 고맙다..그림책에서나 보았을 그림들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먼저 둘러보았다. 그림 앞에서 사진도 찍고 짧은 지식이지만 알고 있는 범위에서 그림을 설명해주고 함께 시선을 모은다. 다시 보아도 여전히 마음을 움직이는 모네의 그림과 고흐의 그림들은 볼수록 빠져드는 색감에 신비함마저 준다. 하지만 오늘의 원픽은 ..

카테고리 없음 2024.08.24

그 많은 배롱나무는 어디로 갔을까.

때아닌 폭염에 모든 계절이 흐름이 멈춘듯했다. 이대로 계속해서 여름만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까지 했는데 이틀간 긴팔을 찾아 입어야 할만큼 기온이 뚝 떨어졌다. 덥다덥다 하는 사이 입추를 지나 모기가 입이 돌아간다는 처서다. 어김없이 새로운 계절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사이 짧지만 대단한 위력을 나타낼 인디안 썸머가 있겠지만 아침저녁 서늘한 기운은 어김없이 찾아올 듯. .불현듯 배롱나무가 보고싶어졌다. 허나 이곳에서 배롱나무를 찾을 길 없으니 사진첩을 뒤질수밖에. 분명 배롱나무 사진이 있을터인데 그 많던 배롱나무는 어디에 간 것일까. 단 한장의 사진도 찾을 수 없다. J와 가장 많이 보고 사진 찍은 나무가 배롱나무일터인데 왜 사진이 없는 것일까. 모든 것이 사라져간다. 시간의 흐름에 무심함보다 허망..

카테고리 없음 2024.08.23

언젠가는 내 인생에도 무지개가 떠오르겠지.

어제는 휴대폰의 오래된 사진첩을 정리하다 누군가의 블로그 캡처글을 읽게 되었지.이제는 괜찮다 생각한 아픔이 갑자기 빨라진 심박동과 더불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지릿하니 조여왔어. 통증은 왜 과거형이 되지 못하고 언제나 현재형인것일까. 함께 살아온 시간만큼 지나야 무던해지고 잊어지는 것이라면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인지도 모르지. 그 블로그 글로 인해 우린 크게 싸웠고, 그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가치가 어떠한지를 새삼 확인받았더랬지. 누군가와 난 글로 사랑을 했고, 글로 상처를 줬지. 그래서 난 어느날부터 글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 글이 사람이다 믿었던 어리석었던 날들은 이미 흘린 눈물로 쓸려 사라지고 없어.그럼에도 난 잊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글이 앞머리에 적힌 책들을 뺏기지 않으려 챙겨와 책장..

카테고리 없음 2024.08.04

달리와 박수근.

2주일 정신없이 바빳다. 분주함은 애써 주워담은 마음들을 허무는 파괴자가 된다. 오랫동안 끊었던 수면제를 먹었다. 기억소실을 경험한 이후 다신 먹지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또 허물어지는 나 자신을 본다. 한 없이 가라앉는 나를 다독여 메트로폴리탄을 찾았다 . 욕심부리지 않고 오늘은 몇몇 작품만 지긋이 바라보다 와야겠다는 생각에 느긋이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고흐나 모네가 아닌 다른 그림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사람이 드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살바도르 달리, 십자가의 처형이다.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림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정확한 이름은 "초입방체 십자가의 처형"이다. . 4차원 입체도형의 전개도위에 걸려있는 예수. 설에 의하면 이 예수조차도 그의 아내 ..

카테고리 없음 2024.07.30

남겨두는 그리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공원은 더위에 지친 이들의 쉼터가 된다.직장인들에게는 점심도시락을 펼칠 간이 테이블이 되고 이렇듯 저자와의 만남의 자리도 마련된다. 이것이 뉴욕의 매력인 것일까. 클래식과 테크놀로지가 어울어진 이곳에서 나는 섞이지도 분리되지도 못할 체 갈팡질팡 망설이는 마음이 된다.나는 여전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때가 있고, 속절없는 그리움에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어쩌면 불안과 그림움은 나의 삶을 이끌고 가는 동력원이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행여 이 불안과 그리움이 고갈되어버릴까 오히려 두려운지도 모르지..먼곳에서부터 누군가 왜 글을 쓰지 않냐고,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기쁨보다는 가시박힌 채찍처럼 느껴져 되려 아팠다. 그때 그랬다면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았을까하는 가정..

카테고리 없음 2024.07.19

파도타기

뜨거워진 모래와 시원한 파도가 부딪혀 만들어낸 공기는 무겁고 비릿하다. 가끔 몸서리치도록 갯내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럼 어쩔수 있나 바다를 보아야지. .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바다는 존슨비치라는 곳인데 그곳은 하얀 모래와 태닝하는 사람들로 책 읽거나 잠자기 딱 좋은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집근처 로커웨이(Rockaway Beach)로 갔다. 아무런 준비없이 물병과 가방에 든 블랭킷한장만 가지고 말이다. 존슨비치에 비해 뭐랄까 부산의 광안리 바다를 닮은 로케웨이에는 방파제를 기점으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과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눠져 있다.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에는 가족단위, 삼삼오오 짝을 이룬 젊은 애들이 많아 혼자 쉬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곳곳에 수영금지 깃발에 꽂힌 곳에 블랭킷을..

카테고리 없음 2024.07.18

단테 그리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작은 단테의 신곡이었다. 신곡을 읽다 호머에 꽂혔고 그래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를 읽기 시작,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까지. 호머의 길을 걷다보니 그리스로마가 있었고, 거기에는 신화의 세계가 펼쳐졌다. 우연이 겹치기 시작하면 필연이 된다고 했지. 라는 책을 통해 메트로폴리탄에 가면 그 시절 신화가 그려진 병을 볼 수 있고, 신곡의 지옥이며, 호머의 흉상을 바라보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볼 수 있다기에 그곳으로 가게 되었지.여전히 그림이나 조각들은 내게는 어려운 분야인데 그럼에도 보고싶은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은 이루다 말할수가 없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모네와 클림트 그리고 고흐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 아닐까.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 미술관을 통한 명작들과의 만남인데 가까이 하면 ..

카테고리 없음 2024.07.11

모네를 마주하다.

딱 3일이 고비인가보다. 두번째 걸린 코로나는 두통과 근육통이 심했다. 물론 가래가 기도를 막을만큼 심했고 기침으로 목이 따갑기는 처음과 마찬가지. 왜 자꾸 아픈지 모르겠다. 얼마전 안과검진에서는 정말 안좋은 결과를 듣고선 한없이 낙담했었는데 코비드까지 걸리고 나니 마음이 무너지는건 어쩔수 없다. 안과검진 결과는 아직 딸애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섣불리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니만큼 관리를 해나가면서 때가 되면 말을 해야겠지. . 그림을 알지 못하는 내가 뜬금없이 모네의 그림이 그리워졌고, 파스텔톤의 아가판서스의 하늘거림이라면 점심값과 바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MOMA의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4층으로 올라가 모네의 그림앞에 앉았다. 두..

카테고리 없음 2024.07.03

안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듣지 않던 노래를 듣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린다.1952년생의 정훈희. 나의 십대에도 듣지 않았던 그녀의 노래들. 농염한 목소리와 줄을 튕기는 기타만으로도 하나의 공간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느낌을 주는 것은 기계음 가득한 오늘의 가요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다. 드라마의 ost로 리메이크되었나보다. 드라마도 보지 않아서 알길 없지만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비를 머금은 하늘만큼이나 낮고 무겁게 다가온다.이들의 목소리는 너무 간절하지 않아서, 오히려 무심히 던져버리는 포기가 듣는 이에게 오히려 미칠듯한 외롬을 안긴다. 듣고 있는 나는 안개에 가리워 그를 찾지 못함이 아니라 오히려 나갈 출구를 잃어버린다. 시간이 지나고 이 안개가 걷히면 비로서 혼자인 나로서도 비틀거리지..

카테고리 없음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