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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년.

책 읽는 노년의 모습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나이 들어서까지 책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그의 살아온 이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행위라 할 수 있는데 책을 읽기 위해 고개를 숙인 그의 백발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 지하철안 안경도 쓰지 않고 책을 읽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그의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장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까지 다른 한 장은 포스팅을 위해 얼굴을 감춘 사진을 찍었다. 어름해도 80은 가까이 된 듯하다. 그럼에도 돋보기조차 쓰지 않았다. 짐의 무게를 들기 위해 천가방을 옆에 두고 오롯이 시선을 책에다 두었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지만 그가 만들어 가는 영역에 감히 한발을 디뎌놓을 수 없다. 신성에 가까운 거룩함마저 느껴진다. . 나역시 이런 책읽는 노년을 맞고..

카테고리 없음 2024.03.14

볕 좋은 날

건물 안에 건물이 담겼다. Daylight saving time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도 따뜻한 봄볕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어제는 유난히 볕이 좋아 버스를 타는 대신 걷기를 선택하고 몇 블럭을 걸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마주본 빌딩안에 또다른 건물이 담겨 있다. 아주 오래전 드라마 제목에 "해를 품은 달"이라고 있었다. 왜, 무엇 때문에 떠올랐는지 모르나 건물속 건물을 바라보는 순간 그 제목이 떠올랐고 나는 웃는 대신 사진을 찍었다. . 무엇인가를 담는 행위, 누군가를 품는 것에는 반드시 크기의 문제가 따른다. 큰 것 안에 작은 것이 담기지 작은 것 안에 큰 것이 담길 수 없다. 작은 것 안에 억지로 큰 것을 끼워 넣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나의 능력이상의 무엇을 가지려는 것은 욕심이요, 내가 할..

카테고리 없음 2024.03.13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

부재가 가져오는 수많은 감정의 결이 있지만 빛과 그림자처럼 두가지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립거나 분노하거나. 감사하거나 실망하거나. 원망하거나 자책하거나...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 공통점은 여전히 아프다는 거다. 숨을 쉴 수 없는 고통. 가슴이 쥐여짜지는 통증. 그 고통의 터널을 지난다. 그럼에도 다행이지 않은가? 그 끝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 밤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끝날 줄 모르는 가슴의 통증속에 뒤척이다 새벽기도의 자리에 앉았다. 어떤 기도를 올렸는지 알 길 없지만 그분의 십자가의 고통을, 그분의 덮어주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나의 바람은 무엇인가? .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고, 그것을 애써 증명해보이려 애썼던 때가 있었다. 악착같이 견뎠던 시간이..

카테고리 없음 2024.03.12

반복과 진행

어제부터 썸머 타임이 적용되어 한시간이 빨라졌다. 국가정책으로부터 합법적으로 한시간을 도둑맞은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모든 전자시계들은 한시간을 뛰어넘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서 한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린 것조차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한 사람 그 변화에 거스르지도 않는다. 반복이 가져다놓은 결과다. . 난 2월말부터 일정이 2시간 늦추어졌지만 루틴을 깨기 싫어 동일한 시간에 나와 커피한 잔을 마시며 인강을 듣고 있다. 딸애는 미국살면서 무슨 한국영어 인강을 듣냐며 웃었지만 그러게 말이다. 이곳에서의 삶은 살아보지 않은 이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외국이라고 왔지만 생활권은 집성촌안에서 한국어만 사용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11

길위에서

정주하지 못하고 늘 떠도는 인생이다. 바다위를 떠도는 부표처럼. . 언제나 마음의 갈망은 한 곳에 정착해 이정표처럼 살아가길 원했는데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 인생인가보다. 전국을 떠도는 것도 모자라 외지까지 떠돌게 된 인생이라니.. 끊어질 듯 이어진 길을 방향을 틀지 못해 앞으로만 걸어가는 외길 인생인거다. . 오래된 사진첩에서 뒷짐을 짓고 걸어가는 나를 본다. 피사체를 담아내는 그에게도 등을 보인체 걷는 나의 모습에서 이렇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 어미로 살 수 밖에 없는 헤어날 수 없는 이 시간과 지켜내야하는 간절함과 떠나보낼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에 내 인생은 굽이굽이 난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쉴 곳잃은 인생은 피로할수 밖에 없구나. 어젯밤 내린 비로 눅눅해진 아스팔트에는..

카테고리 없음 2024.03.07

낯선 풍경속에서.

때때로 낯선 풍경안에서 길을 잃는다. 이 나이에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답없는 질문. 그러다 낯선 풍경안에 한 발자욱 들여놓을 때에야 오히려 안도하는 나를 보면서 살아내고 있다는 경이로움에 감사하게 된다. . 현대의 모든 이기가 이곳에 집약되어 있다. 젊은 이들이야 좋겠지. 어쩌면 이곳에 있는 내가 부러울지도 그래 나도 조금 더 젊었다면 나이를 더 먹지 않았다면 좋았을까? . 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곳을 찾았고 밑바닥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자식을 키워냈다. 그러다 IMF가 터지고 제법 돈가진 사람들이 빚을 피해 있는 돈 챙겨 이곳으로 왔지. 그들의 삶은 초기 이민자들과 달리 있는 돈으로 자기들만의 욕심을 쫓아 이곳에 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더라. 이곳에도 ..

카테고리 없음 2024.03.06

급하면 통한다.

모 항공사에서 웰컴고객을 대상으로한 봄 프로모션으로 20%할인 항공권을 판매했다. 거의 20년이 다된 멤버쉽휴먼개정을 살려 구매를 시도했다. 얼마나 오래된 계정이었는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야후'메일이었고, 첫아이가 태어나고 살았던 부산 주소였다. 다행이 휴먼개정을 처리되어 예약은 했는데 결재가 안되는거다. 이런 망할. 항공사 서비스센터는 연결자체가 어렵고, 무엇때문인지 진행되지 않는 결재로 한국과 LA서비스센터로 전화하기를 반복 결국 항공사 문제가 아닌 은행문제라는 것을 할인적용 데드라인 몇시간을 앞두고 알게 되었다. . 언제나 고된 일은 한번에 하나씩 오지않고 겹쳐서 오는데 이 일역시 예외일수가 있으랴. 결재가 되지 않는 이유는 알았지만 당장 은행에 가서 이 일을 해결할 언어능력이 되지 않고 이곳은..

카테고리 없음 2024.03.04

I don't get older ; I get better...

이곳에 와서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것중 하나가 지하철이다. 한국에 있을 때 지하철은 "약속시간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그 슬로건은 천재지변이 아닌다음에야 잘 지켜졌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만큼 변동이 잦다. 갑자기 운행이 중단되기도 하고, 시간이 변동되기도 하며, 급행이 완행으로 운행도중에 바뀌기도 한다. 인사고로 인해 지연된지 한달여만에 다시금 오늘 급행이 완행으로 운행되어 평소보다 20여분 늦게 되었다. 이런 것에 익숙한 탓인지 불평을 쏟아내는 사람이 없다. 그저 그런가보다 저마다 문자를 보내며 혹은 통화하며 상황을 알릴 뿐이다. 이것이 이들의 유연성일까? 아니면 느긋함일까? 여전히 "빨리빨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아침부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만다. . 뉴욕은 도..

카테고리 없음 2024.02.29

봄이 오고 있는 것이야.

봄이 오고 있는 것이야. 이렇게 비가 잦은 것을 보면 말이지.언제나 이맘때면 비가 잦았고 앞섶을 여몄다 젖혔다 바지런을 떠는 대지를 바라보게 되지. 모처럼 풀어진 날씨에 양껏 멋을 내고 싶지만 내리는 빗줄기에 더 느슨해진 모양새로 집을 나서게 되는 그런 날들.. 그래. 봄이 오고 있어. . 어제는 비행기표를 알아봤어. 그것만으로도 뭐랄까? 이미 마음은 그곳을 달려갔고, 남은 시간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더라고, . 우산을 쓰고 길을 가다 눅눅히 젖은 나무를 바라보았어. 한겨울을 지날 적 분명 맨몸이었던 그들이 언제 이런 초록 이끼옷을 입게 된걸까? 투명하니 반짝이는 그들의 생명력이 말하고 있어. 봄이 오고 있다고. .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 몇날은 더 추울것이고 심술궂은 하늘은 몇 번의 눈송이..

카테고리 없음 2024.02.28

3여우비가 내리는 날.

어제는 미친듯이 날씨가 좋더니 오늘은 안개로 자욱하다. 시야가 온통 뿌연것이 마친 흰 눈이 나린듯하다. 입춘이 지나더니 자연의 변죽이 물끓듯 끓어되고 서둘러 움을 틔운 나뭇가지는 새삼스런 추위에 몸을 떤다. 어디 그 나무뿐이랴. 변덕심한 날씨에 입고나간 옷이 때로는 부끄러워지기도하고 때론 근육이 뭉칠만큼 웅크리게 된다. 봄이 오고 있다. 늘 그렇듯 계절의 변화는 한치의 오차도 없다. . 오늘아침 친구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타국에서 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부의를 전했지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어떠할지 잘 알기에 나의 마음까지 가라앉는다. . 미국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비행기삯이 없었다는 말은 핑게에 지나지 않았고, 아버지의 죽음을 장례의 모든 일..

카테고리 없음 202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