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모래와 시원한 파도가 부딪혀 만들어낸 공기는 무겁고 비릿하다. 가끔 몸서리치도록 갯내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럼 어쩔수 있나 바다를 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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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바다는 존슨비치라는 곳인데 그곳은 하얀 모래와 태닝하는 사람들로 책 읽거나 잠자기 딱 좋은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집근처 로커웨이(Rockaway Beach)로 갔다. 아무런 준비없이 물병과 가방에 든 블랭킷한장만 가지고 말이다. 존슨비치에 비해 뭐랄까 부산의 광안리 바다를 닮은 로케웨이에는 방파제를 기점으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과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눠져 있다.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에는 가족단위, 삼삼오오 짝을 이룬 젊은 애들이 많아 혼자 쉬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곳곳에 수영금지 깃발에 꽂힌 곳에 블랭킷을 펼치니 눈앞에는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을 마주한다.
길어야 30초. 저들은 저 30초를 위해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는 망망한 저곳에서 온몸으로 파도를 맞으며 자신의 몸을 실을만한 파도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하고 파도의 부딪힘은 잔인하다. 마침내 나의 몸을 실어나를 파도를 만나 사뿐히 보드에 오른다. 파도를 가르며 물기둥의 추격을 피해나아간다.성난 바다가 일제히 일어나 달려든다. 부서지는 허연 물기둥들속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 허리를 낮추고 물길을 살펴 나아가는 서퍼의 움직임. 그는 이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살피는 것일까? 찰라의 환희를 위해 찾아나선 고행의 길을 저들은 무엇이라 설명하고 나는 저들을 이해할수 있을까.
파도도 내 조국의 것과 같고, 갈매기도 그러하고, 하물며 갯내조차 같은데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저 바다에 나아가면 내 마음이 가 닿은 곳에 내 몸도 갈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연일 계속된 폭염주의보도 바닷가에 앉아 있으니 다른 나라의 일처럼 느껴지고, 바다가 그리운 건지 다른 그 무엇이 그리운것인지 알 길 없지만 바닷가 모래밭에 그리움 하나 묻어두고 간다. 시간이 가져다줄 굴절된 기억속에는 이곳의 풍경조차 아름다움으로 남아있겠지. 아무렴. 파도가 있었고, 서핑하는 많은 이들과 파도를 가르며 달려오는 이가 있었으니 아름다울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