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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를 마주하다.

huuka 2024. 7. 3. 12:20

딱 3일이 고비인가보다. 두번째 걸린 코로나는 두통과 근육통이 심했다. 물론 가래가 기도를 막을만큼 심했고 기침으로 목이 따갑기는 처음과 마찬가지. 왜 자꾸 아픈지 모르겠다.
얼마전 안과검진에서는 정말 안좋은 결과를 듣고선 한없이 낙담했었는데 코비드까지 걸리고 나니 마음이 무너지는건 어쩔수 없다. 안과검진 결과는 아직 딸애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섣불리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니만큼 관리를 해나가면서 때가 되면 말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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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알지 못하는 내가 뜬금없이 모네의 그림이 그리워졌고, 파스텔톤의 아가판서스의 하늘거림이라면 점심값과 바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MOMA의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4층으로 올라가 모네의 그림앞에 앉았다. 두 벽면을 차지하는 방대한 병풍형 연못보다 나는 수줍게 작은 벽면에 걸린 아가판서스의 그림이 좋다. 조용히 불어오는 그림안의 바람에 따라 몸을 누이는 아가판서스의 연분홍 얼굴들.. 한여름에 피는 아가판서스는 사랑스러운 꽃이란 뜻의 그리스어다. 모네는 알리제를 잃고 난 뒤 깊은 슬픔과 우울에 빠져 있었는데 엎친데 덥친격으로 시력까지 급격하게 나빠졌다. 그때 그린 그림이 아가판서스인데 이 신비로운 색은 그의 흐릿해진 시야에서부터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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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력이 언제가 다른 이들보다는 좀더 빨리 흐릿해질터이고 자꾸만 무너지는 면역체계들은 나를 더욱 약하게 만들겠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비타민을 먹는것과 루테인 복용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찌하겟는가? 살아온 삶이 무거우니 그 무게를 이겨낼 몸이 있겠는가? 다만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고 살아야겠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