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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돕는 삶에 관하여.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 구명튜브를 들고 달려가는 안전요원을 보았다. 뜨거운 태양아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한 때였는데 그는 경계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거다. 얼마나 뜨겁게 달궈진 모래위를 달리고 달렸는지 그에게는 어떤 고단함보다 생명을 향해 달리는 환희가 있었다. 과연 누군가를 돕는 삶이란 무엇인가? . 오랜시간 종교라는 것을 신앙이 아닌 직업으로 가져온 나는 내 삶 자체가 나만의 이기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헌신하는 삶이라 생각했다. 많은 시간을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왔었고, 어떠한 어려움과 빈곤함앞에서도 묵묵히 견뎌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면 그 시간의 진실함은 있었을지 모르나 남을 돕는 삶이었다는 것에는 의문을 남긴다. . 이곳에 와서 문화가 다른 ..

카테고리 없음 2024.02.22

그리움의 중량.

꿈에라도 보기원한 때가 있었다. 아니 행여 꿈에라도 볼수 있을까하여 청했던 잠을 자지 못했을 때, 수면부족으로 인한 몸의 무거움보다 마치 눈앞에서 놓쳐버린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같은 아쉬움이 마음을 짓눌렀다. 반복된 무수한 밤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가슴에 쌓여갔다. 이 새벽 밤내 어떤 꿈을 꾸었는지 알길 없지만 그렇게 그리던 얼굴을 꿈에서보고 눈을 떴다. 내가 깨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꿈속에 머물러 있는지 알 길없어 새벽기도에 맞춘 알람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움도 아쉬움도아닌 엄습하는 불안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다독였던 시간의 틀에 균열이 생긴 까닭일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의 쳇바퀴속의 내가 안스러이 몸을 움직인다. . 이번 봄에는 한국에 가야지. 4월 나의 생일..

카테고리 없음 2024.02.21

"떼를 쓰다."

오래 앓은 사람이 가만히 누워있어도 아프다라는 말을 잘 알지 못했다. 서 있자니 어지럽고 앉아있으려니 엉덩이뼈가 아프다. 연속되는 기침을 할 때마다 목 안을 칼로 그은 듯 찢어질 듯 화끈거린다. 급기야 흉통에서부터 등줄기까지 안 아픈 곳없이 아프다. 그렇게 간 응급진료원. 독감과 코비드 검사를 했지만 둘다 음성. 정밀검사에 넘기고 감기약을 처방받아 왔다. 하루가 지난 어제. 때아닌 코비드 진단을 받았다. ' 아 그동안 맞았던 백신들은 다 무엇이었단 말인가?' 5일간 먹어야 할 약과 게로레이, 물, 죽한그릇을 샀다. thanksgiving camp를 간 아들에게 고맙다 해야할까.... . 맥락없는 글을 읽어가다가도 울컥할 때가 있는데 어느 한 부분 절묘하니 자신의 상황과 맞아떨어지거나 마음의 간절한 그 무..

카테고리 없음 2023.11.24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고양아는 체내에서 비타민c가 생성되지만 사람은 비타민 c가 생성되지 않아." "비타민c만 잘 먹어도 병 날 일 없어." "비타민c는 산화가 잘 되니까 통 속에 들어있는 것 보다 하나씩 포장된 것으로 먹어야하고 영국산이 좋아." . 감기가 들어도 가슴이 아파도 현기증이 나도 모든 아픈 것에 비타민 c면 된다는 사람이 있었다. 얼마나 아프니? 병원에 가보자.라는 말보다 비타민 c만 먹으면 된다는 말에 퍽이나 서운하기도 했다. 나는 잘 챙겨먹는 사람이 아니었고, 사후약방문처럼 늘 몸에 말썽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단시간에 회복되는 방법들을 써왔다. 기침을 할 때나 피곤할 때 언제나 뒤에 따라오는 말은 "오늘 비타민 몇개 먹었어?"였다. . 이곳에 와서 크게 아픈 적은 몇 번 없었다. 내 몸은 주인보다 영민해서..

카테고리 없음 2023.11.20

칸타빌레

칸타빌레. 무대 뒤에서 연극을 끝나고 계단을 내려서는 배우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스텝들이 박수를 치며 배우를 맞이하는데 아주 짧은 순간 얼굴에 어린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무대를 마친 만족감과 쓸쓸함,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바라보는 것인지, 돌아가야 할 곳을 바라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빈 눈에서 느껴지는 처연함의 한기는 사람의 눈이 저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구나하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 표정은 무대와 일상사이 그 무엇도 아닌 인간존재자체로서의 날것의 표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장 자기다운, 그 무엇으로 포장되지 않은.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살아낸 이의 표정. 슬픈데도 참 아름다웠다. . 가을은 그 배우의 ..

카테고리 없음 2023.11.11

몇번의 계절이 지나야.

몇 번의 계절이 지나야 아무렇지 않은 듯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일까? 지겨울 만큼 미련을 부리고 나면 아쉬울 것 없이 잊혀지는 것인지 여죽 살면서 이런 것 하나 답을 알지 못한다. 계절은 거침없이 앞으로만 걸어가고 잦은 나의 뒷걸음을 부질없다 말하지만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두고 갈 수 없어 자꾸만 자꾸만 나는 뒤를 돌아보게 된다. 올 가을은 유독 차갑게 다가오고 겨울은 깊을듯 하다. 한계절을 살아내는 것이 삼시세끼 밥먹는 일처럼 이냥저냥 넘어갈수 있으면 좋으련만 잦은 체끼로 속앓이하는 마냥 앓는 내가 싫어진다. 이제는 살아야지.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카테고리 없음 2023.11.06

시란 이런 것.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 .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 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없이 오래 찔렸다 .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오래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 그리고 지금, 주인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 어디 시뿐이..

예술/시 2023.10.17

캄캄할 땐 당신 생각을 해도 되겠다.

아무리 굽은 일도 마음을 정하고 나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비록 굽은 것이 펴지거나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건 두번 다신 경험하지 않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닌 다시금 그 고독이나 고통속으로 되돌아 간다할지라도 그 시점까지 잠정적인 가뿐함, 혹은 유예기간의 막연한 안도감이라고 할까... 한 편의 시(詩)를 만나고 그 싯구들을 오래 기다린 정답처럼 가슴에 새겼다. 간혹 너무 단 것을 먹으면 혓바닥과 속이 아린 적이 있다. 이 시가 그랬다. 결국 내게 남을 것은 속 아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첫 입은 달았고, 울던 울음을 그칠만큼 달달했다. 지금의 내가 살아온 나를 바라볼 때 이런 단순함과 살아내겠다는 의지가 아닌 밝은 희망을 마주한다. 나는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사..

일상 2023.10.10

慰問

. 기다림의 끝에는 아픔조차 그리움이 되는 시간이 있다. 벗어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 어느날. . 귀에 익은 엄마의 잔소리가. 노모의 소변을 받기위한 잠설침이. 술취한 남편의 술버릇조차도 벗어나고 싶다고 몸부림쳤던 것은 머릿속 이성이었을 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허망함과 한기를 느끼는 외로움. . 벗어나려했던 삶의 자리가 생각보다 깊은 사랑임을 깨닫게 될 때 . 나는 울게 된다. . 계절은 길목을 돌아 새로운 문을 연다. 눈부심보다 빛바랜 하늘이 싱그런 잎보다 말라버림으로 그것은 오히려 위로다. . 바스락거리는 발밑의 낙엽처럼 내 조각난 심장도 소리를 낸다. 방울지는 눈물과 버무려 밟혀지고 짓이겨짐으로 이뤄내는 하모니. . 계절조차 숨죽인 오늘. 들숨을 잊고 날숨만 더하는 나는 병중..

카테고리 없음 2023.10.01

손 맛!

계절이 바뀌는 모퉁이에는 고여있는 눈물을 발견한다. 연이어 비가 왔다. 그리고 기온은 툭 떨어지고 가을이 어느새 다가와 있다. 새로운 계절이 오기 전 지독한 계절앓이를 하는 나는 내가 아픈줄 알았다. 하지만 오고가는 계절이 그렇게 아팠나보다. 떠나는 계절은 이별 앞에서, 오는 계절은 날것의 불안으로 몇날의 비로 두려움을 떨쳐버리려 했는지도 모르지.. 일년에 4번,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시간을 합하면 한계절의 이별쯤이야 아무것도 아닐것인데 나는 매번 이 계절이 처음인양 앓이를 한다. . 늘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관성의 법칙은 쇼핑리스트에서도 발견된다. 몇일 전 주문한 샤프가 도착하자마자 손에 쥐어보았다. 그립감이라는 말은 낯설다. 차라리 손맛이라 쓰자. 손끝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펜촉에서부터 지면에 닿아 개..

일상 202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