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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https://youtu.be/qpgdeBtZLKA?si=xNvS8LP4tysIWLg_ 노래가 갖는 힘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모든 시간을 소급해 그 시간 그 때의 나를 불러낸다. 정리되지 못한 마음은 다시금 부서지고 흩어지지만 결국은 나역시 그러해야만 할 것 같은 설득되는 것. 나는 아직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많이 아프다. 아픈 나를 마주하는 지금의 나는 더 아프다. 모든 것이 서툴렀던 시간들. 무엇을 하든 서툴렀던 나는 서툰 자신을 알지 못했다. 서툴다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미숙함으로 모든 것에 여유가 없고 깊이 빠져들수록 허우적 거리기만 하는 미숙함. 잘하고 있다고 믿지 않으면 불안하고 잃어버릴듯하여 몸부림치며 고수하려는 그 무엇. 하지만 그것조차 스스로 깨달지 못하는 것, 그것이 서툰 것이 아..

카테고리 없음 2023.09.04

손가락 사이 모래알 빠져나가듯.

이곳에 와서 흘린 눈물이 속울음이었다는 것을 뺨에 흐르는 눈물의 온도로 알았다. 눈물의 온도는 가슴의 온도와 같아서 눈물이 흐르면 가슴이 무너진다는 것을 마음은 알고 있었나보다. 딸아이와 보낸 2박 3일은 - 모마에서 본 그 어떤 유명화가의 그림보다도 눈부신 나의 딸.- 한 낮의 꿈처럼 짧았다. 딸아이가 떠나고 덩그러니 혼자 앉았으려니 왜 그리 눈물이 쏟구쳤을까? 눈물을 흘리면 무너질까봐 그렇게 참았던 것일까? 눈물이 흐르고 빰에서 그 열기를 느낄 때 내 손은 가슴을 움켜 지고 있었다. 연이어 끅끅 거리는 소리는 가슴의 파편이 튀는 소리. 나는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마냥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소중한 그 무엇이 빠져나간다. 나는 왜 이곳에서 이렇게 있는 것일까? 예민한 시로의 눈이 동그란히 커지고 두 귀..

카테고리 없음 2023.08.28

Beautiful New York

공간이 갖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형이나 물성이 갖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공간이 만들어내는 시간속 머무름, 즉 기억이라던가 추억, 사건이 많은 부분을 갖는다. 더불어 공간을 마주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인데 나에게 있어 이곳은 부재와 상실이라는 단어가 먼저 오버랩 되는 곳이다. 두려움과 상처로부터 도망쳐 온 이곳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열린 환경이다. 시선의 끝을 찾을 길 없는 뚫린 하늘이나 허리가 젖혀질 만큼 높이 쏟은 빌딩들, 여러 언어들의 혼재. 이곳의 나는 카오스 . 하지만 딸아이를 만나러 한낮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뉴욕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길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대서양까지 흘러내리는 도심을 가로 지른 허드슨 강. 강을 마주한 두 도시, 그 도시를 잇는 브릿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일상 2023.08.15

올리브 나뭇잎 하나

알려고도 알아서도 안되는 이야기들에 마음을 졸인다.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차올랐는데 유독 많은 비가 내리는 요즘 괜찮은 것일까? 이사를 했을까... 속절없는 답답함이 밀려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별에 단계가 있듯 상실의 터널을 지나는 것에도 몇 단계가 있음을 이제야 배운다. 처음에 가진 원망도 그 뒤에 밀려온 허전함과 다할 수 없는 그리움도 새삼스럽게 깊어졌던 사랑에도 한 걸음 물러나 설 수 있게 됐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겠지만, 나의 기대가 헛된 꿈이라는 현실인식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닌듯 하다. 이 진리를 깨닫기까지 아파한 시간이상으로 더 많은 시간을 견뎌나가야겠지만 나의 어떠함과는 상관없이 시간을 흘러가니 이또한 얼마나 ..

일상 2023.07.22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고...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 수월하게 살아지는 인생이 몇이나 되겠나만은 겹겹이 쌓인 설움과 절망을 마주할 때면 고개는 절로 숙여지고 어깨는 힘없이 오그라든다. 차라리 죽는게 편할 것만 같다 여기면서도 살아내는 것이 인생인 것일까? 무슨 삶의 미련이 이다지 많아 모진 삶을 버퉁기며 살아가는 것일까.늘 가까이 다가운 죽음이 낯설지 않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몸에 붙은 습기는 자꾸만 무게를 더해간다. . 어릴적 지금의 내 나이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단 한 번도 장수(長壽)를 기원했던 적이 없다. 내 나이보다 한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엄마, 나는 지금의 내 나이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나이를 살아가고 있고, 그런 까닭에 자주 길을 잃..

일상 2023.06.29

공간의 쓸모 - Chelsea Market

건물 역시 생명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도시의 변화에 따라 생명이 덧입혀지는 것이 있는 반면 한 도시가 쇠퇴하게 되면 그곳에 자리한 건물까지 생명력을 잃어가게 된다. 어떤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리베카 솔닛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도시변동화에 따라 미국의 주요 도시에는 백인중심의 도심이 어느덧 외지인유입에 의해 변화를 갖게 되었다. 오래된 건물들은 조각들과 건물자체의 높은 예술성을 가졌지만 단기간 살다 이동하는 외지인들에 의해 관리가 되지 않아 그 생명과 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글이었던 것 같다. . 비오는 금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 한 권을 챙겨 지하철을 탔다. 날씨 탓일까? 도서관을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렇게 동한..

일상 2023.06.24

엔도탄생100주년 - "바다와 독약"

- 엔도를 기념하며 다시 읽는 첫 번째 책 - 바다와 독약 - . '침묵'과 '깊은 강'은 엔도가 자신의 사후 관속에 넣어주기를 원했던 작품이고, 많은 이들이 읽고 사랑하는 책에 속한다. 그렇다면 '바다와 독약'은 어떤 책일까? 이 책은 '아덴까지' '백색인 황색인'을 잇는 엔도의 초기작품에 속한다. 서구 기독교와 일본적 영성사이의 거리감으로 방황하던 저자의 고뇌는 "백색인 황색인'을 통해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바다와 독약'은 황색인의 '죄의식 부재'라는 주제의 연장선상에 자리한 작품이다. .. "바다와 독약"은 1945년 미군포로를 대상으로 실제 행해진 큐슈대학 생체 해부사건을 배경으로 인간의 죄의식을 다룬 수려한 작품이다. 비교적 초..

지성 2023.06.22

기억이 박제되는 곳.

1941년 문을 연 브룩클린 공립도서관이다. 7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 한시간 십여분만에 도착한 곳. 지하철에서 멀지않아 헤매지 않았다. 마침 오픈 시간도 9시라 기다림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단지 건물모양이 책모양으로 지어졌다는 말을 듣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역시 오길 잘했다. 이 도서관은 미국에서 5번째로 큰 도서관인데 무엇보다 멀티미디어 관련 자료가 많은 곳이다. 또한 에스프레소 북 머신을 이용해 서적의 주문형 도서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도서관은 책을 보관 보수하는 곳으로만 알던 나로서는 책을 제작한다는 말은 생소하고도 경이롭게 느껴졌다. 한국 도서관에도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는 알아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도서관의 이런 기능은 희소본이나 절판도서에 대한 접급성을 높여줄 듯하다. htt..

일상 2023.06.03

더욱 짙어진.

쉬고싶은 몸을 일으켜 도서관을 찾았다. 그 누군가는 내가 살아있는 것이 요행이다라고 말할만큼 몸을 돌보지 못한 시간이 길었다. 자신에게 냉혹하다는 것과 애쓰며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몸이 보내는 사인으로 절감한다. 영양제와 마그네슘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체중이 줄었음에도 몸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마음의 짓누름이 큰 까닭일까? 부채처럼 짊어진 삶의 흔적때문인지 알 길 없지만 하루를 형벌처럼 어깨에 두르고 걸음을 뗀다. 도서관 열기를 기다려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공원에 앉아 커피한잔을 마신다. 일주일에 한권 수혈받듯 책을 읽기위해 펼친다. 오늘의 책은 스벤 슈틸리히의 "존재의 박물관"이다. . 기대감으로 책을 사고 막상 읽어내지 못하는 책이 있다. 나는 글에 생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까닭에 책을 선..

일상 2023.05.27

어쨋든 살아내기.

5월의 여린 잎사귀는 태양빛을 온 몸으로 받아 연두빛을 길워낸다. 그 나무 아래에 서면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수맥이 어느새 핏줄을 타고 물을 길워 올린다. 머리로 부터 내리쬐이는 햇살은 연두빛. 찬란한 연두빛은 핏줄을 타고 오른 수액과 더불어 온 몸을 연두빛으로 물들인다. 붉은 태양이 아닌 연두빛 태양. 5월의 하늘은 그렇게 하늘인지 나무인지 알 길없이 하나로 이어져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몇 날을 앓았다. 그 앓음은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과 호흡곤란으로 이어졌다. 10년이 지나지 않은 그 어느 해. 나는 이와같은 통증으로 심하게 앓은 적이 있다. 24시간 부착한 심전도기를 통해 미약한 부정맥 현상이 의심되나 심리적 요인이 더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해 나는 견딜수 없는 모멸감과 인생 겪어보..

카테고리 없음 2023.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