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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괜찮다.

huuka 2024. 3. 22. 23:46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었다. 이 다리는 1883에 개통된 세계최초의 철제다리다. 엄청난 규모와 다리너머로 펼쳐진 뉴욕스카이 라인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해마다 수만명이 찾는 이곳은 그 이름에 걸맞게 다리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로맨스 혹은 갱단의 이야기.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이 다리는 양념처럼 등장한다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그럼에도 나에게 오랫동안 잔상이 남아 있는 영화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 )"다. 미국 작가 휴버트 셀비 주니어(Hubert Selby Jr.)가 1964년에 쓴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인데 일상화된 마약 매춘 폭력,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뉴요커들의 암울한 현실을 더욱 극대화한 탈출구 없는 1950년대 뉴욕의 비주류 인생을 우울하게 그리고 있다. 지금은 그런 암울함들은 찾아볼 길 없는 최대의 관광지가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 다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30명 가까운 사람이 죽었는데 최초 설계자역시 포함된다. 또한 완공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무너진다는 풍문이 돌아 견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코끼리떼가 지나갔다나 뭐라나... 아무튼 15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철제다리는 굳건히 서 있고, 수많은 관광객들을 맨하튼에서 브루클린으로 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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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수를 하고 나면 부쩍 건조해진 피부를 느낀다. 한때 '내 피부는 산유국이다.'라고 말할만큼 유분기가 돌았고, 십대때에는 그것이 얼마나 싫었는지 그 유분기를 제거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요즘에야 피지잡는 파우더나 기름종이가 있지만, 그때에는 그런 것이 있었을리가.. 그때 유분기를 잘 잡아주는 것이 롯데리아의 냅킨이었는데 너도나도 롯데리아에 가면 랩킨을 많이 챙겨 나왔다. 사실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를 사먹는 것도 일부 소수의 일이었으니 그 냅킨마저 얼마나 귀했을까. 나이를 먹는 것은 몸안밖으로 쇠하여지고 부서지는 것이라는 것을 젊어서는 알지못하고 비로서 닥쳐야 그것을 알게 되니 인생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젊은 것들의 특권이 아닐까싶다.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는 cetaphil을 온몸에 바르고 얼굴은 oil을 섞어 바르니 조금 나은듯 하다. 지성피부였던 나의 얼굴이 건조해서 오일을 바르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본적이 없으니 여전히 내가 젊다고 생각하는 착각인가보다. 사실 이곳에서 많은 이들에게 듣는 말이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말인데 이는 다른 외국적의 사람보다 동양인 특성상 어려보이는 까닭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60세이상의 시니어 한국인들이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나역시 그들의 나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분명 그들은 나보다 건강하고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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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의 풍상을 겪으면서도 굳건히 서 있는 다리를 보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예술이 인생보다 긴 까닭은  한 세대가 지나가고 그 다음 세대가 보수하고 유지하기 때문이리라. 인생은 유지보수가 안되니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까닭에 진정한 예술은 인생이 아닐까? 짧아서 단 한 번 뿐인 삶이기에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누군가 덧칠할 수 없는, 메울 수 없는 유일한 것, 하지만 1막이 끝나고 내려간 막은 2막이 시작되면 다시금 올라간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할지라도 다시 달려가야할 반이 남았다. 혹은 그보다 적게 남았다 할지라도 분명 남은 것이 있다. 그래서 아직은 괜찮다. 아니 이제부터다. 밑그림을 아무리 잘 그려도 색칠하다 망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빗겨나간 선도 색으로 가릴 수 있고 희미한 것은 선명하니 드러낼 수도 있다.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잘 갈무리 하는 것. 그것이 지금부터 내 삶의 제일 목표가 되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