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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huuka 2024. 6. 30. 02:09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듣지 않던 노래를 듣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린다.
1952년생의 정훈희. 나의 십대에도 듣지 않았던 그녀의 노래들. 
농염한 목소리와 줄을 튕기는 기타만으로도 하나의 공간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느낌을 주는 것은 기계음 가득한 오늘의 가요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다. 드라마의 ost로 리메이크되었나보다. 드라마도 보지 않아서 알길 없지만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비를 머금은 하늘만큼이나 낮고 무겁게 다가온다.
이들의 목소리는 너무 간절하지 않아서, 오히려 무심히 던져버리는 포기가 듣는 이에게 오히려 미칠듯한 외롬을 안긴다. 듣고 있는 나는 안개에 가리워 그를 찾지 못함이 아니라 오히려 나갈 출구를 잃어버린다. 시간이 지나고 이 안개가 걷히면 비로서 혼자인 나로서도 비틀거리지 않고 걸어갈수 있으려나.
.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다오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
.
이별이나 외롬, 고독은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짧은 가사의 무한 반복이 더욱 그 감정에 골몰하게 하고 배타성을 부여하는 것이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과 이별에 익숙해져간다는 것은
오히려 외로움이 양식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인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