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휴대폰의 오래된 사진첩을 정리하다 누군가의 블로그 캡처글을 읽게 되었지.
이제는 괜찮다 생각한 아픔이 갑자기 빨라진 심박동과 더불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지릿하니 조여왔어. 통증은 왜 과거형이 되지 못하고 언제나 현재형인것일까. 함께 살아온 시간만큼 지나야 무던해지고 잊어지는 것이라면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인지도 모르지. 그 블로그 글로 인해 우린 크게 싸웠고, 그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가치가 어떠한지를 새삼 확인받았더랬지. 누군가와 난 글로 사랑을 했고, 글로 상처를 줬지. 그래서 난 어느날부터 글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 글이 사람이다 믿었던 어리석었던 날들은 이미 흘린 눈물로 쓸려 사라지고 없어.
그럼에도 난 잊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글이 앞머리에 적힌 책들을 뺏기지 않으려 챙겨와 책장을 채우고 가끔 그것들을 꺼내 첫장을 펼칠 때, 그날의 긴장과 그날의 설렘과 그날의 작은 행운들을 아프게 새김질을 해. 언제나 나자신을 가장 사랑해주지 못했던 그 습성대로 그 상처를 부여잡고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그것이 아픔이었는지도 모른체 막연히 그리워했다. 다시금 고개를 흔들며 새로운 다짐들을 하기도 하지. 얼마나 이런 내가 어리석고 무용한지를 알지만 나는 마치 내 살을 먹고 사는 짐승처럼 나의 상처의 딱지들을 아물어갈때즈음 다시금 그것들을 뜯어내고 피를 흘려. 아마도 아직은 잊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어.
https://youtu.be/p6owUZ_pExE?si=9_IOzaVOcOKAg2W6
운명이란 것이 무엇인지 난 알지 못하고, 믿지도 않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한 것 같아. 나는 이 상처를 잊지못하고 그리워한다는 것, 그건 아마도 고통속에도 잊지 못할 내 인생의 꽃봉우리가 만개했던 때였고, 내가 선택한 누군가였으며 사랑이었으니까. 오늘 하늘은 그야말로 자기마음대로였어. 천둥번개. 뇌우가 치고 미친듯이 비가 쏟아지다 습기들을 다 말려버릴만큼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기도 했어. 잠시 비가 그친 하늘에 어김없이 무지개 하나가 걸렸고 점점 그 두께를 더해가며 인류에게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전능자의 약속을 떠올리게 했지. 내 인생에도 이런 무지개가 걸리는 날이 있을까? 난 오늘 처음으로 무지개가 점점 그 띠가 넓어진다는 것과 분명해지는 그 순간을 목격했어. Amazing moment. 내 인생은 지금 우기를 지난다. 이 우기가 끝날 무렵 내게 올 놀라운 순간, 어메이징을 외칠 그날이 머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이 밤은 채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