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다 별모양의 개나리가 거리두기를 하고 핀 걸 보니 기어이 봄이 오고야 말았구나.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때 그 늦가을의 시간이 함께 따라온다. 가을을 지나고 겨울이 지나 봄꽃이 피었는데 말이지. 누군가는 지우는 것으로 잊고 누군가는 새기는 것으로 잊는다면 나는 후자에 속하는가보다. . 아리다. 이미 눈물샘조차 말라버렸는지 갈라진 마음이 더 아리다. 아프게 새겨진 그 시간과 그 장소. 지혜로운 자는 트라우마라 말했다. 아주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할 것이라는 예언과 더불어 건넨 처방전. 함께였을 때는 오히려 떠오르지 않았는데 혼자여서 속으로 곱씹어서 나를 망쳐버린 것일까? 비틀거리며 달리는 자동차. 좁은 차안을 울리던 소리. 흘리던 눈물과 앙다문 입술. 우울의 끝이 조현이라던가? 고장난 뇌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