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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정현종 시선집 / 문학판

책값에 대해 후회를 잘 하지 않지만 간혹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나자신이 빈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책값이란게 안의 내용만으로 측정되지 않는 것인데.. 괜시리 책한테 미안해지고 삶이 남루해지는 것이 그렇다. 시집은 대체로 1만원이 넘지 않는다. 하지만 정현종 문학에디션4로 나온 은 책값이14000원이다. 오랫동안 소장할 수 있도록 책 자체의 가치를 높였는데 몇 편 되지 않는 시라 할지라도 양장본에 시인의 그림과 친필이 들어있으니 그 가격값은 한 셈이다. 여기서 또 함정이 대부분 시집 한권에 시가 60개정도 실리는데 그 시들이 다 내맘에 쏙 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짓수라도 많으면 마음에 들 확률이라도 높다. 정현종이라는 국민시인의 시를 두고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만 34개가 실린 이번 시집에서 ..

지성 2021.10.12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 / 김기석 / 비아토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머난 거리에 있다면 어쩌면 볼 수 없음이 당연해 이렇게 그리움이 깊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척에 두고도 만날 수 없다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면 마음의 그리움은 더없이 깊어지리라. 코로나상황은 지난 1년간 그리고 금년 가을에 이르도록 강요된 단절에서 자유하지 못한다. 청파교회 김기석목사는 고단한 시간을 건너가고 있는 청파교회의 성도들에게 그리움을 담아 한주에 한통 편지를 쓴다. 그 편지를 비아토르에서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출간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목회자가 자신의 양무리에게 보내는 연서를 통해 동일한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거라는 기대다. 그 의도는 적중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 나직나직 차 한잔을 두고 이야기를 나..

영성 2021.10.12

오늘만큼 걷다. / 홍명직,한슬기 / 토기장이

일본유학당시 나의 첫 교회는 한인교회가 아닌 일본인교회였다. 성도수는 다 합해야 30명이 될까말까하는 작은 교회였는데 담임목사님은 강같은 느낌을 주시는 분으로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연구하시는 분이셨다. 새벽기도도 없고 한국교회에서 익히보는 특별한 뜨거움이나 분주함이 없는 그냥 그 도시에 어울리는 느슨한 교회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volunteer에는 꽤나 열심이었고, 매주 화요일마다 오르간연주자의 음악회를 겸한 다과회로 친목을 다졌다. 특히 volunteer활동가운데 외국인에게 성경읽기로 일본어를 배울수 있는 과정과 외국인지문날인법금지활동을 하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어교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 어떤 포교활동도 없었지만 그들이 여는 오르간연주회로, volunteer활동으로 교회란 어떤 곳인지를 끊임없이 말해..

지성 2021.10.12

꽃은 늘 멀다네.

내가 지나온 길 나를 지나간 길 모아 집 한 채 지어보려고 건축가인 씨앗 선생을 찾아갔다. 꽃은 늘 멀다네! 시인 함민복의 말. . 이 글을 읽는 순간 마음이 아려왔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길을 걸어야 꽃 한송이 피울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그 작은 대추 한 알에 몇 개의 태풍,천둥,번개가 모여 그 붉음을 만들어냈다지 않은가? 길 가에 무심코 핀 작은 민들레조차 함부로 쳐다 볼 수 없는 태양과 새벽이슬과 바람의 속삭임이 들어 있다. 힘들게 걸어왔다 생각했고, 전집을 엮어낼 많은 이야기가 내 삶에 영글어 있다 생각했지만 시인은 단호히 말한다. "꽃은 늘 멀다"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 밤길을 걸으며 오히려 힘 내어 별조각 주머니를 채워가야 한다. 아침해는 쉽게 떠오르지 않고 별빛조차 사그러질 밤이 온다. ..

일상 2021.10.11

그렇게 하지 않음을 선택하겠습니다.

이미 상실해버린 의미와 때늦은 후회는 자신을 해하는 날카로운 칼이 된다. 인생의 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무릎 꿇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건만 곱씹게 되는 것이 자신의 교만과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나라는 어쩔수 없는 고백이 되고 만다. 언제나 눈을 높이 뜨고 멀리 본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만큼 마음은 따라주지 않았나보다. 그 생각과 마음이 만든 간극은 작은 오솔길에서조차 길을 헤매게 만든다. 거듭되는 실수 앞에 자신을 탓하고 다른 이나 상황을 핑게치않고 책임지려고 하는 것은 거의 만용에 가깝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속편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그의 삶이 부럽다. 오롯이 자신만 바라보고 쇄빙선처럼 나아가는 그런 이기심도 부럽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또 어떤 결정으로 내..

일상 2021.09.14

환영과 처형 사이에 선 메시아 / 애덤 윈 / 북오븐

대단한 책을 읽었다. 이렇게 굉장한 책은 리뷰를 적기가 곤란하다. 글로 간추리기에 감정이 넘쳐나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이 소설이라는 문학적 장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사실을 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맞다. 이 책은 소설이다. 즉 허구라는 것이다. 지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삶이 묻어나고 더 조밀하게 입체적으로 극대화시켜보여주는 효과도 있다. 허구이지만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런 것에 있다. 유기적으로 엮어 개연성있게 표현되는 소설속 현장감은 내가 그 소설속 한 인물로 서 있게 한다. . 성경은 친절한 책이 아니다. 세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불친절함이 세기를 뛰어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해석과 적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성경기자가 ..

영성 2021.05.11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주디스 올로프 / 라이팅하우스

세상 살아가는 일에 쉬운 일이 있을까? 특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인생들과의 만남, 인간관계는 쉬울 수가 없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음이 분명한데 이 관계에 의해 또다른 죽음을 경험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나역시 관계에 둔하고 살아가는 일에 능숙하지 못하다.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예민할 뿐이고, 남들보다 상처를 조금 더 잘 받을 뿐이며,칼 융의 말처럼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이 아니라 내게 중요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의사소통을 할 수 없거나 남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떠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을 때 미치도록 느끼는 외로움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냉혹한 세상에 등껍질 없이 살아가는 민달팽이같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렇게 살아가는 또다른 ..

지성 2021.05.02

전략가, 잡초 / 이나가키 히데히로 / 더숲

잡초에 대한 일반생각을 깨는 귀한 책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한 피조세계는 서로를 바라보며 보여지는 그 현상아래 많은 배움들을 허락한다. 잡초의 세계를 통해 배우는 살아감에 대한 생각들. 다시금 나를 흔들고 나를 키우는 독서가 된 귀한 책이다. 우린 아무 쓸모없는 인생을 잡초같은 인생이라 표현하지만 누가 감히 잡초를 필요없는 쓸모없는 이라 말할 수 있을까?잡초를 방해가 되는 풀이라 말하지만 사전에서 잡초는 "저절로 자라는 여러 가지 풀 또는 이름도 모르는 잡다한 풀""농경지나 뜰 등에 나지만 재배할 목적이 아닌 풀" 생명력과 생활력이 강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등으로 설명되어 어느 한곳. 나쁜 풀이라는 뜻은 없다.p18. 나쁘다 방해된다는 것은 인간의 기준일 뿐 잡초 자체로는 그 어떤 위악이나 해악적인 존재가..

지성 2021.05.02

보배로운 상상력.

"너에게 아들을 주리라." 하셨을 때 감출수 없었던 헛웃음, 이해할 수 없었던 수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모든 이성적 통제를 넘어 유한한 인생의 예측을 넘어 일하셨습니다. . 언제나 그러하셨습니다. 냉소적인 이성. 교만한 예측. 기묘함과 광기라는 조롱속에 당신의 전능과 신실은 드러납니다. . 아들을 주셨고, 홍해가 갈라지며, 여리고 성이 무너집니다. 불가사의하게 주어지는 선물로 우리는 춤추고 노래합니다. . 어제의 고통, 오늘의 곤란, 내일의 두려움속에서 우리의 경영을 넘어 생겨나는 그 힘을 바라봅니다. 내 삶의 전영역 축하와 감동의 서정시로 바꾸실 당신을 바라봅니다.

예술/시 2021.01.21

"괜찮아." / 메리 올리버 , < 완벽한 날들 > / 마음산책

괜찮아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문 열쇠구멍으로 기어 들어왔어. 난 거미를 조심스럽게 창문에 올려놓고 나뭇잎을 조금 줬어. 그녀가 (만일 암놈이라면) 거기서 바람의 그리 부드럽지 않은 말을 듣고, 남은 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거미는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었어. 밤에 어떤 모험을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낮에도 움직일 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잠든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이윽고 거미는 작은 병 모양이 되더니 방충망에 위아래로 줄 몇 가닥을 만들었어.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떠나 버렸어. 무덥고 먼지 낀 세상이었어. 희미한 빛이 비치는 , 그리고 위험한 한번은 작은 깡충 거미가 현관 난간 위를 기어가다가 내 손에 들어와 뒷다리로 서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초록눈으..

예술/시 2021.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