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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밥상 / 공지영 / 한겨레

/ 공지영 / 한겨레 공지영작가가 벗을 위해, 벗과 더불어 적은 에세이로 읽는이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가르쳐준다. 손 뻗으면 닿는 주변의 것들로 상을 차리고 함께 나누는 이들의 우정이 인공의 것이 들지않은 음식만큼 담백하다. 벗을 위한 글인 까닭인지 삶의 길을 함께 걸어온 벗에게 전하고픈 문구들이 아롱져 있다. "어쩌면 치미는 슬픔 같은 먼 봄날의 아지랑이 / 이렇게나마 겨우 늙었다. / 강을 건너온 시간이 그 누군가의 언덕이 되기도 한다. /두 귀가 순해질 차례다. 또한 일상에 지친 자신에게도 나직히 전하고픈 글귀도 있었다. "흔들리며 나아가는 것.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배는 전복되거나 떠밀린다. 떠밀림의 끝은 좌초이다. 배가 그냥 있으면 훨씬 심하게 파도를 탄다. 그러..

지성 2018.03.29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 더 숲 이 책이 도착했을 때 책 제목을 보고 강도사님께서 이렇게 말했다. "왜 뒤돌아 보지 않는줄 아세요? 뒤돌아보면 떨어지거든요."참....웃을수도 화낼수도 없는 묘한 상황이었다. 여튼 이 책은 류시화시인의 산문집이다. 참 시인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깔끔하지 않는 외모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시어들이 나오는지.... 그의 외모와 달리 시인의 산문역시 깔끔했다. 깔끔하고 단촐한 글 안에 담긴 시인만의 특징인 함축성과 비약으로 무게감을 더한다. 그렇다고 두번은 읽지 않을 내용이지만 한번은 정독할 만한다. 무엇보다 예화를 많이 쓰는 목사님들이라면 한 권즘 소장해둬도 좋겠다. 설교에 인용해도 좋을 의미있는 예화들이 종합선물세트로 들어있다. 시인의 스승이었던 황순원 선생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

지성 2018.03.29

스위치

트라우마를 "스위치"라고 부르기도 한다.마치 스위치에 불이 켜지듯 정신적 트라우마를 일깨워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특정한 상황이나 자극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나 자극에 마치 역린이나 약점처럼 비정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여 폭주한다든가, 격분하거나 소침해진다든가 두려움에 떤다든가 한다.일년사이에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 특정 단어에 대한 반응이다. 그 단어 아니 그 유사한 단어만 읽거나 듣거나 보게되면 온몸뿐 아니라 감정과 모든 신경계가 격렬하게 반응하는 나 자신을 본다. 무덤덤해지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가슴을 후비고 파 들어와 나를 전복시켜 버린다. 통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나 자신을 보는 절망은 너무나 크다. 그 단어와 이어지는 기억들이 집요하게 나를 이끌고 간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나를 괴..

일상 2018.03.28

낯섬

물 오른 생명력이 낯설다. 몇일을 잇달아 비가 왔다.막 피기 시작한 목련이 안스러울 만큼 빗방울은 제법 굵었고 차갑기까지 했다.막둥이를 등교시키고 애써 목련을 보았던 골목길을 돌아왔다.목련은 나의 염려와 달리 물이 제대로 올라 싱그런 생명으로 나를 맞았다.낯설다.나의 발을 애써 지나가는 겨울에 묶어둠도 아니었건만 이런 생명력, 이런 싱그러움이 낯설다. 불현듯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내가 지금 무엇을 하나. 내가 왜 이러고 있나.하는 물음들이 나를 짓눌러왔다.다 부질없다. 무슨 열심인지, 무엇때문에 이런 열심인지 다 부질없다.삶이라는 것이 뜻 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내 의지대로 살아내는 것도 아니건만 내가 무엇때문에 이런 열심으로 살아내어야 하는지 믿음도 이젠 바닥을 보인다. 나의 믿음이라는 것이 이다지..

일상 2018.03.23

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 이기주 / 말글터 '살아남아야 해.' 애 셋을 데리고 신학을 하기 위해 대구로 무작정 올라갔을 때 멘토목사님의 한마디 말씀이었다. 그것은 경건에 대한 격려나 목양에 대한 충고도 아니였다. 다만 오늘하루를 살아 남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라는 말씀이었다. 선교 떠난 선교사님의 집을 빌어 빈손으로 무작정 인도하심만 구한 걸음이였으니 얼마나 멋진 조언인가? 몇달 못견딜 생활비보다 지금은 서운해할지라도 혼자 설수 있도록 안타까운 마음으로 모질게 구신 멘토 목사님. 그 한 말씀은 공부를 하는 동안 나의 버팀이 되는 따뜻한 격려의 말씀이 되었고 하나님외에는 나를 살리실 분이 없다는 신앙고백으로 이끌어주었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는 이기주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읽었다. 300페이..

지성 2018.03.11

약간의 거리를 둔다. / 소노 아야코 / 책 읽는 고양이

약간의 거리를 둔다. / 소노 아야코 / 책 읽는 고양이.상처마저 거름이 되는 삶의 패러독스세상의 잣대로 나의 행복을 재단하지 마라!..독특한 삶의 이력은 삶의 근력을 담아낸다. 좋든 나쁘든 말이다. 하지만 그 독특함은 듣고 읽어내기에는 좋지만 내것으로 취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그런까닭에 자신의 삶으로 다른 사람의 삶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의 글들은 선호하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소노 아야코의 는 단숨에 읽고 다시 잡고 읽었던 책이다. 책머리에 소노아야코에 대하여 이렇게 소개한다. . 소노 아야코는 소설가. 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선천적인 고도근시를 앓았기에 작품을 통해 표현된 어린시절은 늘 어둡고 폐쇄적..

지성 2018.02.18

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 예담

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 예담 .어린시절 엄한 할머니 밑에서 대필가의 수련과정을 밟으며 성장하게 된 포포. 그 수련과정은 어린 포포에게 마음속 상처로 남게 되고 결국 할머니의 사망소식에도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다. 그 마음의 거리는 할머니를 '선대'라고 부르는 그 호칭에서도 알게 된다. 하지만 포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선대가 강요했던 대필가로서 살아가게 된다.표현장애라는 말이 있듯 마음을 전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자리. 전하기 어려운 마음을 전달해야 할 때의 부담은 더 커진다. 아무리 잘 전해도 적지 않은 오해가 생길 때도 있고 원치않는 상처를 주고 받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전해야 될 곳에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츠바키 문구점으로 포포에..

지성 2018.02.18

오가와 이토의 작품들.

오가와 이토 2008년 소설 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지만 그녀의 데뷔는 1999년 ,를 발표하면서이다.그녀는 남편 미즈타니 기미오가 소속되어 있는밴드 Fairlife에서 작사가로도 활동중이다. 그녀의 책에는 상실을 경험한 인물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상실의 아픔도 그 상실을 극복해가는 과정도 그렇게 대단하고 유별나게 표현하지 않는다. 상처를 안고도 묵묵하게 일상을 살아내어야 하는 당신과 나의 모습처럼 그냥 그렇게 묵묵하게 그려나간다. 그 극복의 과정마저도 별스럽지 않다. 주변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는 일상중의 소재로 담담하게 하지만 너무나 우리의 이야기 같아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냥 치유를 경험하게 되는 그런 자가 특유의 매력이 있다. 가슴 먹먹할 때 그냥 꺼내 읽기만해도 위로가 되는 책, 비슷비슷한 내..

지성 2018.02.18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나쓰카와 소스케 / arte.당신에게 있어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하루에 한 권, 요즈음 거의 하루에 한권의 책을 읽는다. 노동이다. 그것도 쉽지않은 노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책을 읽는 것일까?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한 책읽기도 아니다. 단순한 재미? 지식수집? 그것도 아닌듯 하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목적이 무엇일까? 나는 책에서 무엇을 찾고 책은 나에게 무엇을 주기에 나는 책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한달 전 그이가 "당신이 좋아하는 고양이랑 책. 그 고양이와 책의 만남이네요."라며 건넨 책이다. 책을 받아든 순간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진건 말할 필요가 없다. 서가가 펼쳐진 방에 마주 앉은 남주와 고양이. 일러스터로 그려진 표지만으로도 그 책은 충분했다. ..

지성 2018.02.17

천상의 두 나라

천상의 두 나라 - 중국 / 일본 ..............니코스 카잔차키스 / 예담.나는 아무리 감명깊게 읽어도 책 내용만 남을 뿐 제목과 저자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물며 이렇게 긴 이름을 기억할리조차 없다. 는 읽지는 않았지만 그 유명함은 익히 알고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의 저자이며 의 저자다. 는 유명해도 왠지 지루할 듯한 느낌에 그이가 읽을 때에도 그닥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서가 한 켠 를 펼치게 된 순간 도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수려한 문장력과 표현력에 나는 압도당했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에 그만의 사유함이 수려한 문체로 기록되어 있다. 는 중국..

지성 201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