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른 생명력이 낯설다.
몇일을 잇달아 비가 왔다.
막 피기 시작한 목련이 안스러울 만큼 빗방울은 제법 굵었고 차갑기까지 했다.
막둥이를 등교시키고 애써 목련을 보았던 골목길을 돌아왔다.
목련은 나의 염려와 달리 물이 제대로 올라 싱그런 생명으로 나를 맞았다.
낯설다.
나의 발을 애써 지나가는 겨울에 묶어둠도 아니었건만 이런 생명력, 이런 싱그러움이
낯설다.
불현듯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내가 지금 무엇을 하나.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물음들이 나를 짓눌러왔다.
다 부질없다. 무슨 열심인지, 무엇때문에 이런 열심인지 다 부질없다.
삶이라는 것이 뜻 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내 의지대로 살아내는 것도 아니건만
내가 무엇때문에 이런 열심으로 살아내어야 하는지
믿음도 이젠 바닥을 보인다. 나의 믿음이라는 것이 이다지도 약한 것이었던가?
넉넉함이 편안함이 은혜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오늘 이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은혜요 감사제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치고 다 부질없다.
비온 뒤 깨끗한 하늘이 이상하니 부담스럽다.
나는 이러고 있는데 유난히 빛나 보이는 하늘이 괴이스런 존재가 된다.
그런 하늘만큼 하나님이 부담스럽고 낯선 괴이스런 존재로 곁에 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이학 (0) | 2018.04.14 |
---|---|
스위치 (0) | 2018.03.28 |
호루라기 (0) | 2018.02.15 |
그 적당함에 못 미쳐서.... (0) | 2018.02.07 |
결혼, 여름. 알베르 카뮈 (0) | 2018.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