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호루라기

huuka 2018. 2. 15. 06:08

호르륵 호르륵 숨을 불어 넣을 때마다  구슬 구르는 소리가 좋았다.  어머니는 어린 나의 목에 호르라기를 걸어주셨다.길을 잃거나 무슨 일을 만나게 되면 호르라기를 불라고 하셨다. 그러면 엄마가 달려올거라고, 엄마의 손에도 나와 같은 호르라기가 있었고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엄마의 호르라기 소리를 듣고 찾아오라고 했다. 어린아이 유괴와 길 잃어버리는 일들이 잦았던 그 시절 호신용으로 걸어주신게 아닌가 싶다.

몇 살즈음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일곱살이 되기 전이었던듯 하다. 나는 길을 잃었다. 얼마나 헤매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법 해가 기울고서야 파출소에서 허둥거리는 아버지의 손으로  인도되어 집으로 돌와왔다. 집 가까이 왔을 즈음 나는 "호르륵, 호르륵" 호르라기 소리를 들었다. 엄마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호르라기를 불고 계셨다. 나는 그때에서야 내 목에 걸린 호르라기가 생각났다, 달려가 엄마의 목을 안았을 때 엄마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얼마나 호르라기를 불고 계셨던 것일까? 

한국으로 왔을 때 가방 작은 주머니에는 내 목에 걸려 있던 호르라기가 들어있었다. 나는 엄마가 그리웠던 때마다 이불을 뒤짚어 쓰고 호르라기를 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호르라기를 분 적이 없었다. 호르라기를 불기전에 이미 메어온 목이 고른 숨을 내지 못한 탓도 있지만  눈물과 침이 범벅이 되어 호르라기 구슬이 제대로 구르지 못했다. 그리고 오지 않는 엄마를 내가 제대로 호르라기를 불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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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이불속에서 호루라기를 불던 그 일곱살무렵의 아이로 돌아간다. 지독한 외로움에 소리나지 않는 호루라기를 아프게 깨물고 있다 입술이 부르튼 여자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밤 내도록 팔이 아파 뒤척이다 결국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녹녹치 않은 삶이 외롭고 아픈 것이 아니다, 저려오는 팔이 아픈 것이 아니다. 다만 외로울 뿐이다. 다만 기댈 가슴이 없는 까닭이다. 외롭다. 삶이 참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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