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를 "스위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치 스위치에 불이 켜지듯 정신적 트라우마를 일깨워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특정한 상황이나 자극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나 자극에 마치 역린이나 약점처럼 비정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여 폭주한다든가, 격분하거나 소침해진다든가 두려움에 떤다든가 한다.
일년사이에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 특정 단어에 대한 반응이다. 그 단어 아니 그 유사한 단어만 읽거나 듣거나 보게되면 온몸뿐 아니라 감정과 모든 신경계가 격렬하게 반응하는 나 자신을 본다. 무덤덤해지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가슴을 후비고 파 들어와 나를 전복시켜 버린다. 통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나 자신을 보는 절망은 너무나 크다. 그 단어와 이어지는 기억들이 집요하게 나를 이끌고 간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나를 괴롭힌다.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어진다. 항상 이런 상황은 의도치 않게 무방비상태의 나에게 우연히 일어난다. 하지만 그 우연은 너무나 공격적이고 살인적이다.
오늘 그 우연이 내게 일어났고 나는 한동안 베란다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언제즘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언제나 그 단어에서 자유로울수 있을지.. 어쩌면 영원히 나는 패배자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벗어나고 이길 수 있는 길은 오직 죽음뿐인지도 모르지... 살아서 숨이 붙어있는 동안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을 듯 하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