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결혼, 여름. 알베르 카뮈

huuka 2018. 1. 23. 17:29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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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하게 햇살이 스민 희뿌연 아침이다.
내 삶 곳곳에 이런 눅눅함이 스며들어 무게를 더한다. 아침이 불편하다. 어차피 하루의 무게일진데....뭐가 이렇게 불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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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신대학병원에 진료예약을 했다. 지난 수술후 지속된 통증과 통증부위의 확대로 정확한 검진을 위한 것이다. 기분이 가라 앉았다. 끝없이 절망이다. 그 순간. 카뮈가 내게로 다가왔다.
늘 어려웠던 그가 다정한 속삭임이 되었다. 모호했던 말들이 가슴안에서 명징하게 의미를 찾아갔다. 그의 생각. 그의 말들을 붙들고 싶고, 더, 조금만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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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에게 카뮈서적들을 구입해달라고 했다. 이미 도피가 되어버린 독서활동으로 산처럼 책들이 쌓여있음에도 말이다. 가난을 심화시키는 독서활동이다. 하지만 지금 내겐 카뮈가 아니고서는 안되기에. 오직 카뮈만이 내 마음에 언화(言花)를 피워낼 수 있기에.까뮈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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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책 사들이는데 핍절해진다. 이제 그만."
그이의 거절이 아쉽거나 서운해서는 안되는데 그럴만한 처지가 아님에도 아프다는 핑게로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핑게로 나는 얼마만큼 이기적이 되어야 하는 걸까....단지 책인데...서운했다. 원망스러웠다. 그냥 마음이 마음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금 내게 가장 어울리는 건 카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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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젯밤. 내게 카뮈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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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나 자신도, 이 세계도 아니다. 다만 세계로부터 나에게로 사랑이 태어나 이어지게 하는 저 화합과 침묵이 중요할 따름이다. 나는 그 사랑을 오직 나 혼자서만 누리려고 탐할 만큼 약하지는 않았다. 태양과 바다로부터 태어나서 그의 단순성 속에서 위대함을 찾아낼 줄 아는 저 활력에 차고 멋을 아는 한 종족(種族), 바닷가에 우뚝 서서 그네들 하늘의 눈부신 미소에 공모(共謀)의 미소를 던져 보내고 있는 그 종족 전체와 사랑을 나누려는 의식과 그것을 사랑으로 삼는 자부심이 내게 있으므로." 알베르 카뮈 < 결혼 . 여름 > 中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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