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로 써내려간 일상. <한 없이 어두울 뿐이다. 그럴지라도..... 20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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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상황이나 외부의 힘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면때문에 지는 것이다. 이 무력감, 지금 그야말로 바로 눈 앞에서 끝내고 싶지 않은 것이 끝나가고 있는데 조금도 초조하거나 슬퍼할 수 없다. 한 없이 어두울 뿐이다. <요시모토바나나 "키친" p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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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으로 일어나기 싫은 아침을 맞는다. 이 무력감은 잔인하게 반복되는 아침때문이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일지라도 어제와 같은 오늘이 아니라고 하지만 변함없는 기진한 삶은 아침태양의 눈부심은 잔혹하게 눈을 찌른다. 오늘 동화 한편을 적었다. "꿈꾸는 봉봉".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다. 갑자기 조회수가 확 늘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라고 말해주었다, 앞으로 동화작가로 나가도 될 것 같다고 칭찬해주었다. 하지만 그 글은 내게 참 아픈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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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아침 큰 애가 인천으로 갔다. 집에와서 일주일 있었다. 차가운 방에서 작은 전기장판에서 불편한 잠을 잤다. 짬짬이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동생들 간식거리를 사줬다. 집에 와서도 제대로 쉼을 얻지 못하고 도움하나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진 것 내려놓고 그렇게 올라갔다. 마음이 무너졌다. 그이는 그이대로 마음의 짐을 가득 안은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니 더 가슴이 아팠다. 이번달 집세만으로도 그이의 어깨는 한없이 쳐져 있는데 더 이상 어떤 짐을 올려놓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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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탄은 정말 조용했다. 이렇게 보낸 성탄은 없었다. 눈물이 났다. 내게서 성탄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아이들의 발표도, 성탄축하도, 캐롤도, 케잌도 없는 성탄은 처음이었다. 사역을 하기전에도 교회성도로 분주한 성탄이었고, 사역을 하고선 더더욱 쉴틈 없는 시간을 보냈다. 너무나 조용하고, 너무나 한가한 이런 성탄..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성탄. 조용히, 은밀히, 그분을 만나고 묵상해야 할 시간. 더없이 그분의 나심과 영광을 찬미하기에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그 시간을 나는 비참과 씨름하며 눈물로 보냈다. 밤마다 울었다. 나의 우울은 극에 달했고 나를 이렇게 만든 그이가 참으로 밉고 싫었다. 밤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그이인들 몰랐을까? 둘째의 등록금, 첫째아이의 인도네시아 출국비 700만원 가까이 든다. 자기들 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으로 충당해도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인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무능력 그 자체다. 울면서 기도 할 수밖에 .. 도난당한 성탄과 나의 무능력은 끝없이 절망의 나락으로 나를 몰아가고 펼쳐진 눈 앞은 한 없이 어두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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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기찻머리에서 보내고 돌아서 나올 때 그이는 내게 던킨 도너츠에 전시되어 있는 봉제인형을 가르켰다. 내가 좋아하는 애착인형이다. 도너츠 12000원이상을 사면 6500원에 살 수 있는 인형이다. 넉넉히 2만원. 2만원이면 4끼를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그이가 도넛을 산다는거다. 그것도 인형을 사기 위해서... 큰애를 보내면서 무너지는 내 마음을 어떻게든 위로해 주고 싶었나보다. 나는 정말 기뻣다. 그 인형이 큰애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염려하는 그이의 마음이 내게 닿아서... 그리고 아직 내 안에 미쳐자라지 않은 아이가 성탄 선물에 너무 기뻐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이는 "무리해서라도 사길 잘했네." 그렇게 말을 했다.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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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쓴 동화는 그 마음에 대한 답례다. 오로지 사랑하는 그이에게 가난한 아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꿈꾸는 봉봉"은 가난한 이 집이 좋아진다고 했다. 다시금 내면을 일으키자. 어둠뿐이라면 눈을 감았다 다시금 떠보자. 그러면 흐릿하게라도 보일지 누가아랴... 내일은 더 춥다고 한다. 가난한 이들이 힘든 시간이다. 잘 견뎌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견뎌보자.
"하나님 그들에게 정오의 태양빛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늘여주세요. 그 햇살아래라도 젖은 몸을 말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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