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내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오래전에 꿈 같은 건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듯 나는 답 하지 못했다.
꿈을 쫓아 살았다. 그 꿈이 있어서 살아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꿈이 있는 동안 나는 여전히 젊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부지런히 타이핑하며 원고를 써내려가는 그이를 보면서 내가 상해간다는 것을 느꼈다.
내게는 꿈만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삶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상해가고 있었나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의무감이 묻어난 남편의 손끝은 좌판을 무겁게 두드렸다.
그럼에도 좌판에서 울리는 소리는 의무감만이 아닌 죽기전 100권의 책을 쓴다는 그이의 꿈이 있어 조용히 공명했다.
그 소리에 맞춰 나는 야위어갔다.
나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하며 서 있는것일까?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나를 눌러왔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없는 오늘이 아프다.
빈한 삶. 삶이 곤궁해서 아픈 것이 아니라 나 일 수 없는 오늘이 아프다.
살아간다는 것. 부딪히고 때로는 싸우기도하고 때로는 불평과 원망이 있어도 나 됨을 무너뜨린 적은 없다.
하지만 요사이 부딪힐 때마다 나의 한 모퉁이가 떨어져나가고 불평과 원망사이에서 상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점점 빛을 잃어 종국에는 꺼질 수 밖에 없는 심지를 바라보고 있는 내가 한없이 가엾다.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안도감보다 내일이 똑같이 다가온다는 것이 스스럼없는 공포로 다가온다.
나는 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잃어버린 나를 어디서 찾아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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