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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과 안녕.

보다 능숙하게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과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유연한 삶의 자세로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모든 것에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지혜와 여유로움은 그런 능숙함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또다른 세계의 권력으로 느껴진다.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이 못되고 오히려 슬픔과 고통속에서 창조성을 찾을 수 있다고 자조하는, 자주 넘어지고 실패하는 사람이다. . 매일의 태양이 떠오르지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동일하지 않음이 깃들어 있음이 신의 전지전능함이라 믿으며, 날마다의 새로운 시작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지만 자꾸 멈칫거리는 내안의 견고하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이 된다. 시선이 닿는 저 너머에서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까지 송두리째 지배당하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 ..

일상 2022.08.20

반사경.

하늘이 반사경일까.바다가 반사경일까. 그게 뭐가 중요할까. 하늘은 바다를 품고,바다는 하늘을 품었다.애초에 하나인것을 위,아래로 나누어 이름을 달리 부르신 그분으로 인하여 다른것으로 볼 뿐. 하늘과 바다 그 중간을 살아가는 것들만 그림자를 만든다. 비록 바다를 유영하고 하늘을 비상하는 갈매기일지라도 그의 위치는 중간세상. 나와 당신과 다를바 없다. 중간세상은 먹이를 구하는 애씀이 필요하고 그 애씀은 그림자를 드린운다. 어제 온 비로 말갛게 얼굴씻은 하늘이 보기좋다. 넓고 넓은 Jones Beach나 내 몸이 기억하는 바다나 파도소리 갈매기소리만은 같았다. 바다가 그리운.바다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변함없었다.

일상 2022.08.12

푸름은 늘 먼곳에 있다.

시작과 끝 온통 푸르다. 손에 잡힐듯 가깝게 느껴지지만 푸름은 늘 먼 곳에 있다. 거짓말같이 수평선과 맞다은 하늘은 태고의 신비그대로 하나다. 먼곳의 푸름에 닿을수 있는 것은 신록인지도 모른다. 먼 하늘에서 만들어진 보드라운 바람은 강을 쓰다듬고 초록잎을 흔든다. 눈부심에 길을 잃었다. 굳이 내가 선 곳이 어디인지 알 필요가 있을까. 살아간다는건 끊임없이 길을 잃는 것이고 길을 찾아가는것이 살아가는 것 아닐까. 잘려나간 몸뚱어리를 애도하는 나무의 눈물인걸까..그럼에도 살아내려는 회복력인지 알수없는 나의 무지는 그것으로 충분한 위로다. 나 역시 푸름을 쫓아 길을 잃고 찬란한 눈물 맺힌 이하루를 또 걷고 있으니 말이다.그대여 길잃기를 두려워말고 잘못 들어선 길은 없으니 무릎을 일으켜 또 걸어가시기를.

일상 2022.08.11

부끄러움

내가 내 삶을 부끄러워한다면 살아 온 내 삶이 슬퍼질듯하다. 다만 나의 선택이 부끄럽고 지혜롭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로 덮으려하지 않음이 최소한의 양심이라 고백한다. 잘려나간 그루터기 안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담쟁이를 본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것.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듯 굽고 삶고 쥐어 뜯던 이야기들도 시간속에 잠잠함을 익혀가더라. 모든 사람의 이해를 바라지 않고,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음을 선택한 나의 결정을 존중할 뿐 그 결정에 따라 오는 것들은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겠지. 자랑할 인생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지는 말자.

일상 2022.07.27

오픈마켓.

동네 아저씨의 오픈 마켓이 열였다. 궁금해서 눈여겨 살펴보아도 돈을 주고 살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뭐랄까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들은 쉬이 값으로 흥정할 것이 아니다. 판매대 아래 눈부신 금발에 드레스를 입은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소유주의 시간은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 놓았지만, 인형의 얼굴은 처음 그 가슴에 안겼을 때의 얼굴 그대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을까? 때로는 함께 웃었을 것이고 때로는 함께 울었을 시간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속삭임으로 위로를 구했을 시간이 소용을 다했음에도 감히 떼어놓지 못했다. 오늘은 그 시간과의 이별을 고하는 것일까? 자신의 애착과 과감하게 작별을 고한다. 족히 3-40년은 넘었음직한 자동차를 얼마나 쓰다듬고 보살폈으면 저런 광채가 나고 유연..

일상 2022.07.20

아침 하강.

하늘위에서 맞이한 아침은 떠오름이 아니라 빛들의 하강이었다. 어느날 일출을 보고자 바다를 찾았던 적이 있다. 바다밑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해 바다와 접한 하늘의 경계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일렁임사이에는 붉음과 바다의 푸름이 함께 섞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는 묘하게 어울려 색의 신비가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떠오르는 해는 붉음의 에너지를 넘치지 않을만큼 구형의 몸에 다 담아내고는 자신의 힘을 감추기 위해 시야를 흐트림으로 높이 높이 떠올랐다. . 해는 점점 더 상승했고, 더이상 눈높이가 닿지 않는 먼 곳으로 떠올랐다. 해는 떠올랐다. 과연 그러할까? 아니었다. 해는 떨어졌다. 하강한 것이다. 그것도 천의 색을 가지고 신의 놀이터에서 인간세상으로 조용히 은밀하게 그럼에도 자신의..

일상 2022.07.18

나라꽃.

떠난다고 나라꽃이 피었다. 늘 눈에 익은 그것만이 아니라 감추어두었던 다른 얼굴까지 보여주네. 그래야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면 안되는거지. 사람들이 그러하듯 모든 사물은 한 면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다른 면, 즉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해. 그런까닭에 오늘 보게 된 나라꽃은 새록새록 정이 들어 조각칼로 새기듯 보게되더라. 나라꽃에게 물어보았더랬지. 그냥 꽃이 아니라 나라꽃이니까. 왠지 지혜로울 것 같지 않아?. "정말 보고 싶을 때, 목소리만이라도 듣고싶어질 때, 어떻게 사는지 그 흔적만이라도 알고 싶을 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해?" 바람에 꽃대가 흔들리고 지혜자는 몸을 떨었어. " 너 안에 있는 답을 왜? 나에게서 찾니?" 혼자만으로도 힘들텐데 수많은 잎을 등에 지고 태양볕아래..

일상 2022.07.12

각인.

어떤 한 사람의 기억은 첫 말과 끝 말로 기억되기도 한다. 특히 언어에 민감한 나는 첫 말과 끝 말에 그 사람이 각인된다. 그런 까닭에 가능한 첫 말은 조심스럽게 끝 말은 좋은 기억을 남길수 있도록 한다. 모질게 말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상황이 변하지 않는 그 끝을 벼린 말로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을 베어버리는 어리석음을 갖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그게 쉽나? 그렇지 않다. 이미 사단이 난 상황에서 어찌 고운 말이 나올까? 그 순간 인격이 드러나게 되는지도 모른다. 상대에 따라 갖는 마음자리가 다르고 오래 정주고 마음 준 사람에게는 처음이나 끝이나 한결같은 마음이길 원한다. 싸울수도 있고 서운할 수도 있지만 엎치락 뒤치락 할지라도 처음과 끝 만큼은 한결같은 곡진한 마음으로 맞고 보내고싶다. . ..

일상 2022.07.06

강하지는 않지만 강합니다.

살면서 몇 번의 이사를 했을까? 어른들 말씀에 역마살이 낀 인생이라 적지않게 나라밖 나라안을 떠돌았다. 그럼에도 운이 좋았던 걸까? 단 한번도 나혼자만의 힘으로 이사를 한 적이 없다. 이삿짐 센터에 맡긴다 할지라도 소소하게 할 일들이 있다. 간서치로 살아온 나는 세상물정도 어둡지만 일도 잘 못한다. 일 할 몸. 일 못할 몸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몸이 익숙지 않아서, 일머리가 없어서 일을 하고나면 도움을 받는 것보다 병원비가 더 들어서 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2곳으로 이삿짐을 보내고, 세간살이를 처분해야하며, 2중부담인 이사비를 줄여보려 포장을 혼자 힘으로 하다보니, 참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더불어 그 많은 이사를 참 편하게 했었구나.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의 수고..

일상 2022.07.05

서재를 떠나보내며.

책장의 책들을 박스에 옮기니 80여 개가 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해 박스째 베란다에 둔 것과 합하면 90박스가 넘을 듯하다. 통장에 잔고는 하나 없지만 이렇게 책 박스는 늘었다. 라이프 스타일? 지적 허영심?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구입하고 간직했을까? 다 읽지 않았다 할지라도 아니 절반이라도 제대로 읽었다면 이런 삶의 모양일까? 다독이 중한 것이 아니라 천천히 사유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독서가 중하다 누군가 말했다. 그래 그 말이 옳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읽고 낯설게 보고 틈을 가지고 생각해보는 것. 기필코 몸으로 읽어내고야 마는 체독이 중하다 생각하는데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단지 활자중독이었는지, 다만 책을 사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이 ..

일상 2022.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