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생을 포기하려는 날이 있었다. 어쩌면 그 날이 결혼생활에 한 두번 있는 그런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여자
운전대는 그 남자와 찾았던 바다가였다. 어느 곳이든 그 남자가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다녀간 그
곳에는 흔적처럼 다른 이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 여자는 그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마지막을 선택한 그 바
닷가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첫 것이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고스란히 그 여자 소유할 수 있는 아니
그 남자가 그 바다를 떠올릴 때 오롯이 그 여자만 떠오를 것이라는 이기심이 그 여자의 마지막을 선택한 장소로 그만
한 가치를 가진다고 그녀는 자위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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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지 못했다. 무엇때문이었을까? 생떼같은 자식때문은 아니였다. 자살하면 천국을
가지 못한다는 진부한 신앙의 탓도 아니였다. 그 여자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 남자를 사랑하는 집착이였는지도 모
른다. 그 여자는 그 남자를 집 앞 공원으로 불렀다. 하지만 곧 나올 것 같았던 남자는 꽤나 시간이 걸려 종종걸음으로
공원으로 나왔다. 손에 들린 까만 봉지. 앉기가 무섭게 봉지를 펼쳐든다. 그 봉지 안에는 무화과 몇 개와 데워진 오뎅
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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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그 여자는 입덧을 하듯 무화과가 먹고 싶었다. 몇일 전 동생네가 누나 좋아하는 무화과 드시라며 한 박스를 사
왔다. 몇날을 먹고 싶었던 그 여자는 동생네의 마음까지 아껴아껴 먹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그 남자는 빨리 안 먹으면 상한다며 와구와구 먹어 댔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뒤통수까지 미워지고 마음 상했다. '그
렇게 먹고 싶다고 말해도 사 주지도 않았으면서.....'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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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또 몇날이 흘렀다. 매일매일이 전쟁같았다. 삶이 녹녹치 않을수록 그 여자가 몰아쉬는 숨은 횟수가 잦았고
큰 숨을 내 뱉는 날도 많았다. 그 여자는 공원벤치에 하늘을 마주하고 누웠다. 외로웟다. 몸속을 파고드는 한기에 눈
가의 눈물은 더 뜨겁게만 느껴졌다. 언젠가 그 공원에서 그 여자는 꽤 긴 시간을 기다려 그 남자를 만났다. 까만 봉지
를 든 남자를... 그 봉지 속에는 무화과 몇개와 데워진 오뎅이 들어있었지.....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솟구쳤다.
그 남자의 사랑이, 그 남자의 정성이 고스란히 그 여자의 마음에 와 닿았다. 그 저녁에 그 여자가 미쳐 느끼지 못했던
그 남자의 외로웟을 마음이 세포하나하나에 남김없이 새겨졌다. 올려다보니 달이 반넘게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