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떠난 너.

huuka 2022. 4. 23. 16:54

김소연의 노래는 무명가수전으로 처음 듣게 되어 그때부터 쭉 듣게 된 몇 안되는 한국가수다.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한없이 눈물이 나는데 그 눈물은 모든 것을 체념한 눈물에 가까워 의지란 전혀 찾아 볼 길이 없다. 원망도 불만도 없이 묵묵히 주억거리는 목소리가 더 간절해져서 마음이 따라 기울게 된다. 오늘 같이 흐린 날은 마음을 간수하기가 쉽지 않다. 몇 차례의 눈물을 그냥 흘려보내면서 내 몸의 수분이 빠져 나가기를 기다렸고, 그 눈물이 흘러 나간 다음 마른 빵을 오래도록 씹었다. 나의 슬픔을 버무려 꼭꼭 씹은 빵을 힘겨운 목넘김을 하면서 이것이 내 현실이고 내 상황임을 인지했다. 그렇게 나는 몸으로 나를 확인해야한다. 마음은 한없이 경주마가 되어 달려가고 몸은 발 한자욱 옮겨놓지 못하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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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준 것이 없으니 바랄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가장 무르익었을 시간을 무용으로 보내버렸다는 실패의식이 때때로 나를 휘몰아가면 가장 근원적인 나의 존재의 상실에 다다르게 된다. 그렇게 쉽게 돌아가버릴걸 난 무엇을 기대하며 그 시간을 버터온 것이었을까? 그럼에도 상도덕이라는 것도 있고, 사람간 예의란 것도 있는 것인데 조금 시간을 두고 찾아가도 될 일을 그렇게 갈 수 있다는 것이 정리할 것 조차 남지 않은 존재였다는 증명인가보다. 인생이 참 씁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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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과 생각이 이다지도 분화가 되는 영역이었을까?
나는 나자신을 알지 못하고, 너울거리는 마음에 이리 휘청 저리 휘청거린다. 자살과 살인, 살아감과 생활이라는 종이 한장 차이의 경계에서 종종 길을 잃어버린다. 내 마음의 선함이 고갈되고 아니 애초에 선함이란 찾아볼 길 없는 악한 존재라는 것을 곱씹으면서 인생의 마지막 사역을 내일 내려놓는다. 다행이다. 더이상 가식의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니 조금은 빚을 탕감받는 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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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지가 꺾일 때마다 자살 유가족이었던 그녀의 말이 마지막 용기를 내려놓게 될 때 처음부터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싫어 억지를 부리고 일부러 바꿔놓은 것과 욕심부리며 남겨 둔 것들을 나는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까. 속절없이 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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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는 사랑아 이미 떠나버린 사랑아 나도 울고 너 울고 우리 모두 울고 간 사랑 혼자 남은 내 마음 상처도 깨지고 아프고 아 버틸 수 있는 모든것 아 가져가버린 아 내 맘 깊은 곳 모든걸 다 함께 가져가버린 너 바람처럼 사라져가서 다른 어떤 곳에 다시 정착하려하다니 너만 아는 사람 함께하자 할땐 언제고 그렇게 멀리 가 다신 우연히도 마주치지 않을 것 처럼 떠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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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떠나가 바보같이 떠난 사랑아 혹시라도 말 못할 그런일 있는건지 I can feel Who you are 아 내게 진실만을 말해줘 아 지쳐가버린 아 날 버리고 가게 한 이유 고작 다른 여자라니 바람처럼 사라져가서 다른 어떤 곳에 다시 정착하려 하다니 너만 아는 사람 함께하자 할 땐 언제고 그렇게 멀리 가 다신 우연히도 마주치지 않을 것처럼 바람처럼 사라져가서 다른 어떤 곳에 다시 정착하려 하다니 너만 아는 사람 함께하자 할 땐 언제고 그렇게 멀리 가 다신 우연히도 마주치지
않을 것처럼 떠난 너 떠난 너 떠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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