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난 옷을 정리했다.
박스에 넣어 보낼 것들을 넣으면서 문득 익숙한 체취에 머물렀다.
남아있는 체취는 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손끝에 머문다. 그 순간 사위는 고요속에 잠기고 고도의 집중력은 한 곳을 향한다. 모든 기억들이 음률을 타듯 몸을 감싸고 그 시간 그 장소로 옮겨 놓지만 마음은 흔들린다. 하지만 얼룩 그대로 접어 박스에 넣고 뚜껑을 덮었다. 그렇게 박제된 기억에 흔적이 남았다.
피빛이 되어버린 그리움이 아닌 싱그런 초록의 삶을 살아내고 싶다. 생명력 가득한 삶을 살아내고 싶다. 이제는 손을 씻어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