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죄.참회.구원에 관하여 / 바바라브라운 테일러 / 비아 > 2017.07.20
.
지난주 그이의 서가에서 발견한 책을 오늘 읽었다. 출판사가 낯설다. 비아출판사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였다. 하지만 제목이 예뻐서 가방에 넣어왔다. 140페이지의 얇은 책이었지만 결코 내용이 가볍지 않았다. 깊이 있는 생각이 요구되고 우리들에게 행동을 촉구하기도 한다. 성공회사제의 글이다보니 하나님의 표기가 '하느님'으로 되어 있어서 살짝 마음이 불편까지는 아니지만 멈칫거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까닭에 내 포스팅이니까 그냥 책과는 상관없이 나는 하나님으로 표기할 것이고 원문을 들고 오는 것은 하느님으로 표기하려고 한다.
.
.
가람, 미리내, 보르미 ( 보름에 태어난 아이), 해찬솔 (햇빛이 가득 차 더욱 푸른 소나무) 등은 사라진 우리말이다. 불금, 안습,먹방,이런 말들은 오늘날 새롭게 생긴 신조어들이다. 이렇게 언어는 생성,성장,소멸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것을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부른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한 사회의 약속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기 이전에 세계를 이해하는 ‘인식의 창’이다. 또 언어는 인간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언어의 생성, 성장, 소멸의 역사적 과정안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공동체의 의식의 생성, 변화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하겠다.
.
.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언어의 이런 문화적 배경속에 녹아있는 정체성의 관점에서 오늘날 교회에서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나서고 있다. 그런데 잃어버린 그 언어는 언어의 수명이 다해서 사라진것이 아니고 의도적 변용(變容)과 사장(死藏)이라고 지적한다. 그 지적의 대표적 군에 속하는 언어는 바로 '죄', '저주', '참회','보속','구원'(p12)이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
바바라는 "왜 , 어쩌다 우리는 사람들이 '죄','구원'을 진부한 단어로 여기도록 만들었을까? 어쩌다 이 말들은 힘을 잃고 텅빈 언어가 되었을까?"라고 의문을 던진다.(p36) 그녀는 그 의문을 다원주의,포스트모더니즘,세속주의에서 찾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오늘날 죄라든지, 참회라는 말은 듣는 이로하여금 불쾌함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까닭에 죄를 병리현상으로, 참회를 회복으로 대체하여 사용한다.그렇다면 바바라는 이 신앙의 언어를 잃어버림, 변용에 대하여 무엇을 염려한 것일까? 바바라는 신앙의 언어를 잃어버리면 그 언어가 재현하는 실재도 함께 잃어버리게 된다. 즉, 훨씬 더 깊은 뉘앙스를 가진 언어를 버리거나,얕은 어휘로 대치해 버리게 되면 우리의 경험도 그 깊이와 입체성을 상실하고 평면이 되어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p53)
.
그래서 바바라는 찾아야 할 언어의 첫번째로 우리의 희망이며 진정한 회개의 가능성으로 우리를 깨우는 첫번째 경고음인 '죄'를 이야기한다.(p88) 두번째로 '참회'를 든다. 참회는 개인이 자신의 잘못을 돌이키는 일에서 시작해 이 세계의 문제에도 함께 책임을 지도록 그 사람을 초청하고 회복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의 대역에 합류하도록 이끈다.(p101) 마지막으로 '구원'이라는 단어는 새생명과 그 생명에 이를 수 있다는 약속의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p107)그 언어(죄,참회,구원)를 되찾기 위해서는 언어의 본래 의미를 이해하는 것뿐아니라 인간 경험의 심연까지 나아가야 한다(p110)고 말한다.이 말이 무슨 말일까? 그것은 바로 내가 죄에 대하여 아파하고, 참회하며, 구원의 자리로 나아가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바라는 단호히 말한다.
"나는 우리의 절망과 희망을 담아내는 데 신앙의 언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언어는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언어가 우리 삶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 경험의 심연으로 들어가 저 언어가 가리키는 실재를 찾는 일. 그리고 삶으로 그 언어를 불러와 우리 몸에 그 언어를 입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 우리 삶은 죄로 물든 세상 상처 입은 세상에서 하느님의 언어를 나타내는 통로다."(p124)
언어를 잃어버리면 정신(정체성)을 잃어버린다. 기독교는 '죄','참회''구원'을 다른 말로 대체하거나 없이, 그 무엇으로도 본질을 이야기 할 수 없다.하지만 내 안에 경험되어지지 않는 이 언어들을 어떻게 계속해서 생명력 있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께서는 그 전능하심으로 인간의 언어속에까지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명자로 부르신다. 삶의 자리에서 신앙언어를 불러와 우리몸에 그 언어를 새기고 입는 것, 그 언어가 우리 삶으로 고스란히 고백되어지는 것, 그리하여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언어를 나타내는 통로로 사용되는 것, 증인된 삶을 요구하신다. 나의 삶이 그러한 언어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증거가 되기를...
'영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폐지 . / C.S루이스. / 홍성사 (0) | 2017.08.10 |
---|---|
은혜교리 / 코리넬리스 프롱크 / 그책의 사람들 (0) | 2017.08.07 |
예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세움북스 (1) | 2017.07.17 |
질문하는 행복 김석년지음 샘솟는 기쁨 (0) | 2017.07.16 |
칼린 지브란 "예언자 (0) | 2017.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