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도 없다.
사고무친(四顧無親) 어느 곳에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의지라는 것은 물질과 정서 마음 일련의 정신 작용까지를 아우르는 말이리라. 물질은 나의 수준을 낮추고, 나의 욕심의 포기와 이기심을 내려놓으면, 또 지나치게 나를 아끼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감정과 일련의 정신작용의 의지는 혼자서 견뎌내기는 참 어렵고도 힘들다. 그래서 부모 형제 자매가 있는 사람은 부럽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의논할 수 있고 연륜이 만들어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물질의 도움까지 줄 수 있는 부모 형제 자매가 있다면 선물이겠지만 물질은 사람을 일어서게도 돕지만 연약하게도 만들기도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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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형제 자매는 그 누구보다 나의 성품과 기질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가운데 내가 선택할 선택지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나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등을 돌리지는 않는다. 나의 민낯을 너무나 잘 알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부모 형제 자매다. 그래서 그들은 한 사람의 마지막 보루일 수도 있다. 어떠한 실수와 실패 앞에서도 다시금 공동의 지혜, 삶의 지혜를 구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 그런 부모 형제 자매가 있는 사람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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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에 가장 아쉬운 점 하나가 이것이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내 곁에 머물러 주셨다면 나의 삶은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삶의 구비구비 굽은 길목을 지날 때마다 철저한 사고무친이 되어 버리는 내 삶이 참 가엽다. 물질은 남도 도울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나의 민낯을 안전하게 드러내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적당히 가식과 적당한 가면으로 자신을 포장하게 된다. 그것은 또다른 외로움와 가책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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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형제 자매의 고난 앞에 현명한 지혜와 답은 내려주지는 못할 지라도 들어주고, 함께 걱정하며 그의 연약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부모 형제 자매는 감사하다. 하지만 그의 연약함과 부족을 담보로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얻으려는 부모 형제 자매는 악하다. 물질로 돕더라도 악하다. 또한 진정한 삶의 지혜와 현명한 판단은 듣기 싫어하고 물질의 보탬만을 바라는 이도 악하다. 그것은 진정한 가족됨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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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어떤 부모인가?를 생각해본다. 자녀에게 물질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력 있는 부모는 될 수 없음을 안다. 장성한 자녀의 짐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그렇다면 먼저 살아온 연륜과 인생의 파도를 넘나들며 겪은 경험들로서 자녀들의 의지가 되고 있고 앞으로도 될 수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나의 자녀들 역시 내가 경험한 사고무친의 쓸쓸함을 답습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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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죽고 싶을 만큼 외롭고 아프다.
어느 곳에도 그 누구도 없다.
하지만 예수가 있다고 한다. 어느 곳에든... 없다 하지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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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이를 먹고 밤을 지샐 수 있는 길냥이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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