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단지 목소리 뿐이었건만 그의 얼굴과 표정 눈빛, 그 특유의 버릇까지 느낄 수 있어서 사람들이 꿈에 그 사람을 보았다는 것이 얼굴이나 모습을 본 것이 아니라 목소리만 들어도 그렇게 보았다 말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가끔 우린 현실에서도 꿈같은 상황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받을 거라 상상하지 못한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들리게 되면 잠시 당황한다. 지금이 꿈은 아닌가... 뭐 그런 상황들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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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꿈에서 나는 전화를 걸었고, 받을거라 생각지 않았는데 전화기 넘어 그의 목소리가 들였다. 꿈이란 게 전지전능한 그 무엇이 있어서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쩔쩔 매고 있었고, 그는 친절하게 자신의 아이디를 말했다. 그리고는 나의 아이디를 되물어왔다. "낮에 뜨는 별" 아니냐고, 아이디를 바꾼 거 알고 있었다고... 나는 너무 놀라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렇게 듣고 싶어 하던 그의 목소리 앞에 당황한 내가 더 당황 스러 잠시 혼미한 상태로 꿈길을 걸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금 전화를 했을 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의 근황을 듣고 나의 안부를 전하고 편안한 상태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평안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아무 일 없는 서로의 안녕을 고하는 것의 가슴 아림은 무엇일까? 좀 더 불편하고 좀 더 깊이 인이 박히길 원했던 것일까. 이렇게 쉽게 일상으로 돌아가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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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가운데 잠을 깼다. 급하게 마신 커피 한잔. 그리고 애드빌 한알. 하늘은 비를 잔뜩 머금었고 푸른빛은 찾아볼 길 없는 구름 덮인 하늘을 본다. 습기가 모든 공기에 무게를 더하고 더해진 무게에 실린 그의 목소리가 중저음으로 깔린다. 급하게 찾아보는 일기예보. 내일 비올 확률 30%. 차를 렌트해 염전을 찾자. 어쩜 그때도 이런 날이었던 것 같다. 심하게 흐렸고 간간히 빗방울이 사붓 내렸던 날. 다행인 건 그의 목소리가 평안했다는 것. 비록 그것이 내 슬픔이 된다 할지라도 그가 평안해짐과 하루를 살아갈 힘이 있음에 오롯이 감사의 마음이 든다. 밀려드는 그리움이나 애잔함 따윈 또 한쪽 구석 마음속에 옷을 여밀 듯 여밀어 봉인해두어야겠다. 차라리 소낙비라도 내리면 좋겠고, 비의 음률에 맞추어 춤을 추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