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지도는 정확했다. 찾아야 할 곳을 이정표가 아니라 마음으로 더듬어가니 그곳을 찾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건 그날 운전대를 잡은게 내가 아닌 까닭이었으리라. 코로나로 움츠렸던 모든것이 서서히 풀어지니 여기저기 공사가 한참이다. 1004개의 섬을 가진 관광특구인 신안은 개발의 박차를 가한듯 하다. 곧이어 수국축제까지 있다고 하니 그 손들이 얼마나 바빠질까? 나와는 상관없는 일.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길을 새기듯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렌즈에 담았다. 염전은 반사경. 그모습그대로 굴절되지 않고 담아낸다. 산을 담고 전신주를 담고 하늘의 구름을 담고 있다. 어쩌면 그때 그 시간, 그날 불던 바람조차 담고 있는것은 아닐까?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는 순간 습한 바람이 뺨에 부딪힌다.
엘도라도리조트뒷편의 바다와 바베큐파티장. 어느새 나는 하얀 옷을 입은 그때의 내가 되어 있다. 파도가 밀려들고 나는 치마를 들고 달렸던가?. 발가락을 간지럽히던 바닷물. 깔깔거리며 하늘까지 울리던 웃음. 시간이 많이도 흘렀네. 여기저기 그래 신안을 몇 번이나 왔었지만 이 해안은 그날이후로 오지 않았지. 오늘은 입을 다물기로 했어. 조용히 귀를 기울여 바다의 소리를 핸드폰 동영상으로, 그리고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내 마음에 담았다. 그때는 넓게만 느꼈졌는데 이렇게 좁은 곳이었던가? 키가 더 자란 것도 몸이 더 커진것도 아니건만 작게만 느껴지는 건 무엇때문일까? 시간의 흐름속에 그때의 신비감과 설레임이 모든 것을 크게 보는 순진함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 시간을 멈추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그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소금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일부러 태평염전을 들렀다. 혼자 아이스크림이라니...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물끄러미 태평염전 입구를 바라보다가 오늘은 좀더 깊이 한번 들어가볼까? 호기심이 생겼어. 염전체험을 할 수 있다는 곳, 전국에서 제일 큰 염전밭을 가지고 있다는 태평염전의 안이 궁금해졌어. 그때는 왜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실습장과 마주한 데크에 가보니 함초밭을 지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넓은 곳에 어찌 나 혼자 뿐일까... 갑자기 설웁다. 서둘러 가야겠다. 계절이 지난 옷을 볕에 말려 상자에 가지런히 넣듯, 그렇게 하나하나 기억의 방에서 꺼내 햇살아래 말려뒀다. 차곡차곡 잘 정리해야겠지. 그게 잘 안되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