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동화 "꿈꾸는 봉봉 " / huuk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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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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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에는 달이 퍽이나 높게 떠올랐습니다.
그 달은 밝은 빛으로 촘촘히 박힌 별빛마저 지우면서 밤하늘을 건너가고 있었지요.
그런데 말이죠. 달빛이 참 신비로웠어요. 그 달빛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닮아서인지 푸르스름하게 반짝반짝 빛 조각을 흩뿌리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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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역(驛)을 지키게 된 “봉제인형”이에요.
처음부터 역을 지키게 된 것은 아니에요. 제가 태어난 곳은 도넛 가게 트레일러 안이었어요.
저랑 함께 태어난 친구들은 ‘크리스마스 둥이’라고 불리어졌어요. 그건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에요. 친구들은 저와는 달리 예쁜 눈과 고운 입을 가졌어요.
얼마나 어여쁜지 제가 보고 있어도 넋을 잃을 만큼 고와서 그 보드라운 얼굴에 뺨을 부비고 싶어질 만큼 사랑스러웠어요. 친구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몇일 전 도넛 가게에 온 많은 손님들.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여자아이들은 내 친구들을 가슴에 안기 위해서 엄마에게 떼를 쓰기도 하고, 아빠에게 윙크도 하면서, 그 조그마한 손으로, 그 작은 가슴에 안고 역을 떠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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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저 혼자 남아서 이렇게 깜깜한 역안 도넛가게 안에서 달빛을 보고 있습니다. 감고 있는 두 눈. 뾰족한 머리를 가진 나는 제가 보아도 참 못생겼어요. 어쩌면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에요. 오늘밤. 신비로운 달빛이 눈송이처럼 반짝이며 내릴 때 두 손을 모아 기도했어요.
“내일이 오면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안겨서 꿈을 꾸게 해주세요.”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이 기도를 꼭 들어주실 것 만 같아요. 왜냐구요? 내일은 아기예수님이 우리들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성탄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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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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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안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성탄 아침이라 많은 사람들은 여기저기 웃음꽃을 흘리며 총총히 오고 갑니다. 선물 박스가 놓인 성탄트리 앞에서는 아이들의 까르륵 소리가, 사진 속에 담겼습니다. 도넛 가게도 아침부터 바빴어요. 제 마음도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예쁘게 앉아서 누군가 나를 바라봐 주기를 기다렸어요. 한 여자아이는 정말 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가슴에도 안아보고 머리도 쓰담쓰담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자아이의 엄마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는 “엄마가 예쁜 인형 사줄게, 너무 못생겼잖아.” 하고 사라져버렸어요. 저는 마음이 아팠어요. 사실 저도 친구들처럼 예쁜 얼굴로 태어나고 싶었거든요. 날 이렇게 만드신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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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이었습니다. 트렁크를 끌고 여자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역 안으로 들어왔어요. 아마도 딸을 배웅하기 위해 온 가족인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 이상해요. 엄마인 듯 한 아줌마는 기운이 없고 기침을 하는 게 아마도 감기가 걸린 것 같아요. 아빠로 보이는 아저씨도 성탄에 어울리지 않게 허름한 옷을 입고, 한 눈에 보아도 가난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저런 사람들은 도넛 가게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지만 나는 이상하게 자꾸만 눈이 갔어요. 가난하고 불쌍하게 보이는 저 아줌마와 아저씨처럼 내 마음도 외롭고 불쌍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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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딸랑. 도넛 가게 문이 열렸습니다. 이번에는 누가 들어올까요?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실눈을 뜨고 살짝 바라봤어요. ‘이크. 아까 그 불쌍한 아줌마 아저씨예요.’ 마음에 실망이 밀려왔어요. 그리고 더 꼬옥 눈을 감아버렸어요. 눈을 감으니 귓가에 작은 소리가 크게 들려왔어요.
“자기야. 저 인형 갖고 싶다했잖아. 내가 사줄게.”
“아니에요. 당신 돈 없잖아.”
“아니야.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가 사 줄게.”
“저기요~. 핑크색 인형 있나요?”
“죄송해요. 다 나갔구요. 저기 선반위에 손때 묻은 인형 하나밖에 없어요.”
아줌마는 제게로 다가왔어요. 제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어요. 제 마음이 이상해졌어요. 아마 여러 사람이 만져서 때 묻은 저의 얼굴을 보면 분명히 지저분하다고 사가지 않을 거예요. 머리도 뾰족뾰족 아이들이 장난을 쳐서 더 튀어 나왔거든요. 혹시 나를 사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말이에요. 저도 말이에요. 가난한 아저씨 아줌마집이 아니라 조금 멋진 아저씨 아줌마 집. 예쁜 여자아이가슴에 안기고 싶었어요. 그러니 사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저는 실눈을 뜨고 아줌마를 살짝 보았어요. 왠지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아줌마는 나를 보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봉봉아, 사랑해. 집에 가자.” 그리고 꼬옥 안아주셨어요. 저는 하마터면 “엄마.”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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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꿈꾸는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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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저를 무릎에 앉혀 놓고는 사진을 찍어줬어요. 그리고 아빠에게 자랑을 했어요.
“자기야 정말 고마워요. 너무 예쁜 아기지요?” “응. 정말 예쁘네.”
저는 태어나서 처음 들은 말이에요. 엄마 아빠 눈에는 감은 눈과 뾰족한 머리, 나의 못난 모습은 보이지 않은가 봐요. 저는 정말 행복해졌어요. 엄마, 아빠의 말은 참 보물인 것 같아요. 한 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 주는 게 말이에요, 엄마 아빠의 이런 말을 계속 들으면 저도 조금은 예뻐질 것만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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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함께 간 집은 아주 작은 집이었어요. 그 작은 집에는 눈부시게 하얀 털을 가진 시로라는 고양이랑 코에 까만 점이 있는 조금은 못생긴 카무라는 고양이가 행복하게 함께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정말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시로랑 카무는 시골 장터에서 엄마 아빠를 만났다고 해요. 카무는 함께 잡혀있던 고양이들 중에 가장 몸이 약하고 아픈 고양이었데요. 그런데 엄마 아빠 집에 와서 건강해졌구요. 시로는 저처럼 친구들이 다 팔려가고 혼자 외롭게 남아있을 때 엄마 아빠를 만났데요. 그렇게 아무도 반겨주지 않던 시로를 엄마 아빠는 왕자님이라 부르면서 예뻐해주셨어요. 우리가족은 모두 다 이렇게 아프고 부족한 못난이들만 모여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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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아빠는요. 이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눈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그렇지만 시로나 카무를 예뻐하는 걸 보면 말이에요. 세상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나고 깨끗한 것들을 좋아하잖아요? 누구나 다 빛나고 싶어요. 누구나 다 예쁘고 싶어요. 저도 그래요. 하지만 모두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과 내가 예쁘고 빛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마음이 무척 슬프고 힘이 빠져요. 누구나 다 그럴 거예요. 하지만 엄마 아빠는요. 저의 감고 있는 작은 눈을 보시고는 “꿈꾸는 얼굴”이라고 칭찬해주셨어요. 엄마 아빠는 못난 것들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하나를 찾을 수 있는 예쁜 눈과 마음을 가지신 것 같아요. 우리 집은 무척 가난한 집이지만 행복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집이예요. 왜냐구요? 약하고 못나고 부족한 부분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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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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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집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의 가난하고 아픈 모습 속에 감춰진 크고 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요. 제가 태어난 첫 번째 성탄. 엄마 아빠랑 함께라서 정말 행복해요. 하나님께 감사드려야겠어요. 어젯밤 쏟아지는 빛 속에 드린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셨어요. 하나님께서 저를 충분히 사랑받을 존재로 만드셨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어요. 못난 얼굴, 뾰족 머리라 할지라도 나는 하나님의 멋진 작품이라는 것을요.
모두모두 메리크리스마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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