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갑사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월출산(月出山)에 있는 남북국시대 통일신라의 승려 도선이 창건한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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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대흥사(大興寺)의 말사인 도갑사를 다녀왔다.
나는 예수쟁이지만 내 몸의 3할은 절밥으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절이랑 가깝다. 친정에서는 선산에 암자를 지어 비구니들을 모셨다. 엄마의 암투병도 암자에서 이루어졌다. 매해 가을이면 암자에서 점심을 먹었고 산을 돌며 밤과 감을 땃다. 나의 유년시절은 나 혼자만의 주일학교와 가족과 더불어 지낸 절에서의 시간이 병행한다.
몇 해만에 찾아온 10월의 한파로 가을이 일찍 달아나버릴까봐 잰 걸음으로 월출산내 도갑사로 차를 몰았다. 집에서는 30분남짓 고속도로에 올리니 그리 멀지않다. 코로나로 인적이 드물다. 더욱이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10월의 월출산 고스란히 나 혼자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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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해탈문이 나온다. 국보 제50호로 지정된 도갑사 해탈문은 1473년(성종 4)에 중건하였으며, 좌우에 금강역사상이 안치되어 있다. 이 문을 지나면 속세의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 열반의 경지에 오르는 것일까? 많은 참배객들이 문을 지키는 금강역사앞에서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며 어떤 두려움으로 이 문을 지났을지 상상해본다.
경내에는 가을햇살이 들어 자신의 몸보다 작은 그림자를 만든다. 1981년 복원되었다는 대웅전은 그 크기와 화려함에 압도당하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쨍하고 선명한 탱화보다는 시간이 덧입혀서 거의 나무본연의 색에 가까워진 낡고 마모된 대웅전을 좋아한다. 과학의 힘인지. 기술의 진보인지 알 수 없으나 복원, 재건의 힘은 몇 백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박함이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것을 이곳에서야 보게 되다니...
미황사에 갔을 때 꼭 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부도전에 있는 산으로 간 거북을 만나고 싶었다. 여행을 하기에 걸맞지 않은 나의 부실한 발로는 미황사본원에서 부도전까지 갈 형편이 되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와야했는데 도갑사에서 거북을 만나게 되다니.. 거북들은 일제히 산을 향하고 있었다. 문고리에도 벽에도 템플스테이를 하는 사랑방에도 미황사부도전 거북과는 다른 아이들이겠지만 절에서 만나는 거북은 바다를 향하지 않고 산을 오른다.산을 오르는 거북은 내게 큰 신비요 반가움이 아닐 수 없었다.
도량을 지나 미륵전으로 가는 길에 청명한 물소리가 들린다. 폭포앞 작은 정자에는 인적이 끊어진 탓인지 먼지가 쌓여있다. 양갈래로 나눠진 길목에 독오른 가을 뱀을 조심하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갑자기 마음이 좁아진다. 인적을 찾을 길 없는 산길을 오르는 건 어렵겠다. 미륵전에는 고려시대의 작품인 보물 제89호인 석조여래좌상이 봉안되어 있고, 보물 제1134호로 지정된 도갑사소장 동자상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알현이 가능한지 그것조차 알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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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소원을 가지고 산을 올리고 절을 찾는다. 작은 돌에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돌탑을 쌓고 그 아슬아슬한 긴장속에 자신의 운명을 점한다. 여기저기 쌓여진 돌탑에 깃든 염원들이 도량을 찾는 이들을 호위하는 듯하다. 아직 단풍은 이른가보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이지만 아직 가을이 제대로 익으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조급한건 사람의 마음뿐인지도 모른다. 자연은 그 순리대로 시간을 따라 자라고 익는다. 가을의 햇살이 산길에 스며들어 반짝임을 만든다. 그래.나의 소원은 돌탑이 아닌 반짝이는 햇살아래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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