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의 장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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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그날이 다가올 때
뜬금없는 너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지.
“엄마 걱정하지마.난 그곳에 가지 않았어.”
엄마는 무슨 말인지 몰랐고,
넌 영상을 보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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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아니 일어날 수가 없던 일이 일어난 일앞에서.
걱정마라는 너의 말에 엄마가 안도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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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오늘이 나의 내일이 되고
엄마의 오늘이 너의 어제가 되는
태평양을 건넌 이곳에서
엄마는 결코 “걱정하지 마”라는 말에 안도할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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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피지 못한 꽃봉오리들의 죽음앞에
어떤 잣대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할까.
애미 된 가슴은 그 어떤 잣대로도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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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빠오는 숨을 들이키며
가슴조차 쥐어뜯을 수 없도록 짖눌러 온 무게는
초록잎 돋우는 봄비의 잔혹이 아니었어.
그 무게는 차마 고개들 수 없는
부정한 기성세대의 무게이며
부패한 조국의 무게였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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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야. 엄마가 어찌 안심할 수 있을까?
내 아가야. 엄마가 어찌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내 어찌 자식을 잃은 엄마의 슬픔을 모른 척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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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또 다른 날을 기억하고 있어.
밤잠을 설레이며 뱃길 여행 떠난 날.
문을 나서며 보내온 너의 환한 미소가
노란 별이 되어 돌아온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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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우리는 입을 모았고,
함께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었지.
아무리 망각이 신의 선물이라 할지라도
강산이 변한다는 그 시간조차 채우지 못했는데
생떼같은 자식을 또다른 별똥별로 흘려보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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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애굽의 통곡소리가 이러하였을까.
돌이키지 않는 위정자들앞에
얼마나 더 큰 애곡하는 소리가 있어야 할까.
한계치를 넘어버린 그들의 교만앞에
하늘도 눈을 막고 귀를 감아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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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기억해야할 것이야.
‘바로의 장자로부터’
두려움을 잊은 그들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지.
애굽의 호곡소리는 바로의 성에서부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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