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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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엄한 할머니 밑에서 대필가의 수련과정을 밟으며 성장하게 된 포포. 그 수련과정은 어린 포포에게 마음속 상처로 남게 되고 결국 할머니의 사망소식에도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다. 그 마음의 거리는 할머니를 '선대'라고 부르는 그 호칭에서도 알게 된다. 하지만 포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선대가 강요했던 대필가로서 살아가게 된다.표현장애라는 말이 있듯 마음을 전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자리. 전하기 어려운 마음을 전달해야 할 때의 부담은 더 커진다. 아무리 잘 전해도 적지 않은 오해가 생길 때도 있고 원치않는 상처를 주고 받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전해야 될 곳에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츠바키 문구점으로 포포에게 찾아온다.포포는 차를 끓이고 무릎을 맞대어 의뢰인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포포자신이 의뢰인이 되어 종이를 고르고 그 종이에 어울리는 필기구를 전해 자신의 손을 의뢰인의 손을 얹어 한자한자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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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성별과 이야기중 느끼게 된 성격, 의뢰받은 편지의 내용에 따라 포포는 한 통의 편지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정성과 수고를 다한다. 조문편지에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눈물로 옅어진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옅은 먹색을. 가정을 가진 첫사랑에게 보내는 안부편지에는 추억의 아름다움의 빛을 잃지 않도록 투명한 유리펜을 골라 사연을 적어나간다. 거절편지에는 강한 기운을 위해 술기운을 빌려 굵은 만년필로 일필휘지로 써내려간다든지 가히 우리로서는 상상이상의 대필작업을 츠바키 문구점을 통해 우리들은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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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하는 동안 포포는 어린 시절 혹독하게만 느껴진 선대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은 선대와 자신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 선대와의 기억을 새롭게 조명해보게 된다. 포포와 선대와의 화해. 대필을 통해 포포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시절 자신과 할머니와도 화해하게 되는 지금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츠바키 문구점이 있는 가마쿠라. 포포가 걷고 이웃들과 식사하고 차를 마시던 장소, 신사등. 전부 카마쿠라에 실재하는 곳이다. 대필하는 작업이상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가마쿠라의 모습은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옮겨 놓기에 충분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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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다도,화도, 검도 유도는 일본인의 필수 문화 덕목으로 계승되어 생활속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 일본의 생활문화 5도이다. 그중 오늘의 이야기이 모토가 되는 서도는 일본초등학교에서는 국어과에서 고등학교에서는 예술과목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어 그 중요성과 복잡성을 가늠할 수 있다. 실재 일본인들은 이 서도가 여간 불편하고 늘지 않는 귀찮은 과목의 하나로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생각들이 서도가 설곳을 잃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누가 편지를 쓰는가? 현대인들의 의사소통의 일순위는 카톡이고 편지는 통신기구가 발달하기 전 구석기 시대의 소통기구 정도로 여겨지는 요즘이다. 얼굴을 직접 대하는 불편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편리가 카톡의 장점이다.현대인들은 길게, 정성드려, 묵혀, 생각해서 라는 표현이나 행동에 익숙하지 않다. 업무상의 문서가 아닌 다음에야 e-mail.도 사용하지 않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 손으로 쓰는 편지라니....그것도 전문가를 찾아가 의뢰하고 예를 다하여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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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편리속에서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 것은 없을까? 의뢰인의 마음과 손이 되어 편지를 쓰는 포포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자 한자 정성을 기울여 편지를 쓰면서 받는 이의 마음을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의 생각들을 정돈하면서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의지를 전하는 것. 그래서 그 편지를 읽는 사람이 그 사람의 마음을 읽게 됨으로 힘을 얻고 위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빠르고 간편한 카톡으로는 누릴 수 없는 유익이 아닐까? 오늘 그 누군가에게 한통의 편지를 마음을 담아 정성을 고르어 한자 한자 적어 보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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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아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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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어도, 제과점에서 열심히 골라 산 과자에도 마음은 담겨 있어. 대필도 마찬가지야. 자기 마음을 술술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해 대필을 하는 거야. 그편이 더 마음이 잘 전해지기 때문에. 네가 하는 말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좁아져. 옛날부터 떡은 떡집에서, 라고 하지 않니. 편지를 대필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대필업을 계속해나간다, 단지 그것뿐이야.p54
편지의 복잡한 규칙과 형식에 연연하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 딱딱한 편지가 되어서 어색하다. 요는 사람을 대할 때와 같아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어 대하면,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다는 것뿐. 편지에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p116-117
생각해보니 자신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손과 손톱은 간단히 보이지만 등도 엉덩이도 거울에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보다 주위 사람이 더 많인 나를 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은 이렇다고 생각해도 어쩌면 타인은 더 다른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p266
그동안 시든 수국은 초라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요. 그 시든 모습이 또 그렇게 청초하고 아름답더군요, 그리고 꽃뿐만 아니라 잎도 가지도 뿌리도 벌레먹은 흔적조차도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분명 우리의 관계에도 의미없는 계절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싶습니다.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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