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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huuka 2024. 3. 27. 22:51

올려다보니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구름을 마주한다. 달려가는 구름은 바다를 하늘로 착각한 것일까? 푸르다하여도 그 푸름은 같은 것이 아닐지언데 어디까지 달려가려 하는지...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데 집앞 벚나무에 서둘러 핀 한 두송이의 벚꽃을 보았다. 잠시 고개내미는 햇살은 따사로워도 볼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차기만한데 이녀석은 무슨 속셈으로 서둘러 속살을 드러낸 것일까? 언제나 그렇다. 서둘러 단장을 마치고 종종거림으로 때를 기다리지못해 밖을 나섰다가 추위에 서둘러 들어와야하는 누군가처럼 사랑스럽고 앙징맞은 얼굴을 한 저이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오후에는 소낙비 소식까지 있건만... 부디 그 작은 몸, 가지에 붙어 잘 버터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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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 속에서 나온 자식도 제각각이라 아이들의 성품이 한결같지 않다. 바라기는 둘 성격을 섞어 하나로 만들면 두루두루 좋을 듯하지만 극단을 치닫는 다른 두 녀석을 마주하는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 서로 의지해 잘 지내주면 좋겠지만 불화하는 모습은 어미된 가슴을 후벼판다. 한없이 강하고 직선적인 아이와 한없이 여리고 고집스런 아이의 상극을 어찌하면 조화롭게 만들수 있을까? 각을 재는 세상의 잣대로 서로를 판단하기보다 가족이라는 띠하나로 그냥 묵묵히 서로를 감싸주면 좋겠지만 돌아갈, 보호받을 은신처가 없는 녀석들은 혼자 살아내기에 날이 설수밖에 없는가보다. 못난 애미로 인해 마음고생을 겪는 녀석들에게 못내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래도 세상에 저희들밖에 없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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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무친으로 살아온 나는 피붙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이 평생을 살아왔다. 그 간절함이 이혼을 하면서도 자식들을 품에 안았다. " 지 몸하나 간수못하면서 자식새끼들은 뭐하러 데려왔냐?"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고, 나름 애쓰며 살아왔지만 아이들에게는 상처만 남긴 꼴이니 다 내욕심이었다는 생각이 크다. 이렇든 저렇든 애들만은 저희들끼리 의지하고 살길 바라지만 그것조차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어쩌면 좋으랴. 반백년을 넘어 살아 가슴에 남는건 후회뿐이니 그것을 만회하려면 난 또 어떤 빚진 마음으로 살아내어야 할까. 봄이 오는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차기만 하다. 이제 아이들을 보러갈 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리움은 못난 애미의 몫이고 삶의 무게는 자식들 몫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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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열심으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보다. 푸름이 같을지라도 바다와 하늘이 다르듯. 최선을 다하는 것과 좋은 결과는 다른 것이니까. 슬픈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