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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힘이다.

huuka 2024. 3. 26. 22:46

한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차원인데, 특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신체의 안전을 지킬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거대한 땅덩어리만큼 여러 인종들이 모여사는 이곳은 다양성만큼 그 다양성을 지키고 보호할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굳이 이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단 그 커뮤니티 안에 소속만 된다면 살아갈 수 있는 거다. 몇 십년을 살아도 '이거 얼마예요?"라는 말이나 간단한 단어던짐정도의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그 증거다. 그렇게도 살아지는 것이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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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그 커뮤니티를 벗어나 혼자가 되었을 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고, 상황을 설명할 수 있어야하는데 언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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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은 이곳에 무단 자리를 점유한 사람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가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그것은 알지 못하지만 상당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었나보다. 물론 그 어떤 주문도 하지 않았고, 다만 앉아서 아주 가끔 혼자 웅얼거리며 앉은 체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경찰이 출두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하기에 경찰중에도 스페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고, 특히 이 지역은 스페인어는 공용어 정도로 사용한다. 경찰은 그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했고, 그는 어눌하니 자신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결국 그는 밖으로 끌려나가 다시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듯 보였으나, 그의 말은 가 닿지 않는 듯 했다. 급기야 그의 손은 뒤로 돌려져 수갑이 채워졌다. 그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는지 알 길 없지만 경찰차가 아닌 병원차에 태워져 그는 연행되었다. 수많은 눈들이 그의 연행을 지켜보았다. 이 가운데는 알 길없지만 불체자들이 있었을 것이고, 자신들만의 언어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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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들이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에 자유하지 못하면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언어가 힘이라는 것. 어쩌면 이것은 간과하기 쉬운 진리인지도 모른다. 어디 외국어뿐이겠는가? 자신의 언어를 수려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조리있게 말할 수 있다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힘이 있고, 자신의 세상을 확대시켜나갈 추진력이 될 수 있는것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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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한국어와 일본어의 아름다움에 빠져있었는데 이 두 나라 언어는 발달한 형용사와 부사에 의해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세상에 두 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수많은 붉은 립스틱처럼 결코 너와 같을 수 없는 나만의 독특한 시선과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지상언어인 셈이다. 이제는 그 매력에서 벗어나 또다른 언어를 배워가는 지금 나는 많은 혼돈과 막막함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노력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언어가 갖는 힘을 알고 있고, 나만의 언어세계를 또다시 구축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두려움은 또다른 동기부여가 된다. 살아가기 위한 두려움은 살아가기 위한 또다른 노력을 만들어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