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하지 못하고 늘 떠도는 인생이다. 바다위를 떠도는 부표처럼. . 언제나 마음의 갈망은 한 곳에 정착해 이정표처럼 살아가길 원했는데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 인생인가보다. 전국을 떠도는 것도 모자라 외지까지 떠돌게 된 인생이라니.. 끊어질 듯 이어진 길을 방향을 틀지 못해 앞으로만 걸어가는 외길 인생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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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진첩에서 뒷짐을 짓고 걸어가는 나를 본다. 피사체를 담아내는 그에게도 등을 보인체 걷는 나의 모습에서 이렇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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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로 살 수 밖에 없는 헤어날 수 없는 이 시간과 지켜내야하는 간절함과 떠나보낼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에 내 인생은 굽이굽이 난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쉴 곳잃은 인생은 피로할수 밖에 없구나. 어젯밤 내린 비로 눅눅해진 아스팔트에는 익숙한 흙냄새를 맡을 수 없다. 온갖 아름다운 것들은 전라도 땅에 다 있었던 듯 경상도 가시내의 마음이 이다지도 전라도로 달려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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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사무치도록 그리운 것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었다. 올망졸망 겹겹이 모듬으로 들어찬 산천은 뻥뚫린 큼지막한 이 곳의 자연과 달라도 너무나 달라서 웅장함과 시원함속에 더더욱 섞일 수 없다는 외롬마저 느꼈다. 쉬이 볼 수 없는 고국산천을 가슴에 담기 위해 이곳을 오기전 그곳에 있었는지 모르고, 그렇게 미친듯이 그곳의 자연을 탐하며 다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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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첩의 고국은 미친듯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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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떠나오면서 많은 사람들과 멀어졌다. 아니 멀어졌다기보다 떠나갔다. 떠나가는 이유앞에 오히려 내가 먼저 숨어 피해버렸는지도 모른다. 한국에 가서 만날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5손가락 안에 들만큼 만날 이가 없다. 그러고 보면 반겨줄 이도 없건만 나는 그곳을 가길 원하는 것인거지. 어쩜 반겨줄 사람 하나 없어도 나를 보듬어준 고국의 산천이 있어 그곳에 갈 분명한 명분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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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만나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이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좋아했던 곳들을 돌아다닐 계획을 세워본다. 차를 렌트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아무말 없이 나를 보듬어줄 둥그스름한 산 봉우리들과 봄맞아 작은 얼굴을 앞다투어 벙글어줄 봄꽃들과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시릴 대청마루와 그 산 중턱에 앉아 있는 고요한 암자들.... 기독교인이 내가 이교도의 거룩을 탐하게 되는 그 시간조차도 내게는 엄숙한 삶의 자리가 되어준다는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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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뜻밖의 기대로 충만해지고 그것에 대한 감사와 경이로움이 감추어져있다. 어릴적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할 때 나는 이상하리 둔해서 보물을 찾지 못했다. 선생님이 옆에와 손끝으로 가리켜주어도 왜 내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는지 지금도 알 길없지만 지금도 그 둔함으로 감추어진 것들을 때때로 놓치고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반드시 올 보물과도 같은 경이로움은 눈 앞에서 드러난다. 나는 지금 그 시간을 즐기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