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항공사에서 웰컴고객을 대상으로한 봄 프로모션으로 20%할인 항공권을 판매했다. 거의 20년이 다된 멤버쉽휴먼개정을 살려 구매를 시도했다. 얼마나 오래된 계정이었는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야후'메일이었고, 첫아이가 태어나고 살았던 부산 주소였다. 다행이 휴먼개정을 처리되어 예약은 했는데 결재가 안되는거다. 이런 망할. 항공사 서비스센터는 연결자체가 어렵고, 무엇때문인지 진행되지 않는 결재로 한국과 LA서비스센터로 전화하기를 반복 결국 항공사 문제가 아닌 은행문제라는 것을 할인적용 데드라인 몇시간을 앞두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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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고된 일은 한번에 하나씩 오지않고 겹쳐서 오는데 이 일역시 예외일수가 있으랴. 결재가 되지 않는 이유는 알았지만 당장 은행에 가서 이 일을 해결할 언어능력이 되지 않고 이곳은 통역서비스를 받으려면 예약을 해야하니 이것또한 시간을 넘기는 일이라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무작정 번역기를 동원해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은행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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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면 통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모양새만 보고 중국인 직원이 다가와 중국어로 대화를 시도하지만 내가 중국어를 어찌 아랴... 번역기를 돌릴 시간마저 이이는 주지 않으니 더듬더듬 영어로 말을 건넨다. 잔고는 있으나 결재가 되지 않으니 확인을 해 달라고 하니 자기들도 원인을 모른단다. 분명히 잔고가 있고, 만든지 몇 달이 되지 않으니 이상할 따름. .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것은 상황설명을 영어로 불편함 없이 내뱉고 있는 것 아닌가? 이래저래 30여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대화하다 휴대폰으로 계좌 접속시도 원인을 찾아 정상처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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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항공사에서 결재이멜을 보내와 나는 드디어 4월2일이면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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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공부해온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간절함이 이루어낸 소통의 결과이기도 하겠지. 이곳에 온지 이제 두해가 다 되어감에도 여전히 영어는 속수무책으로 어렵다. 소통은 5살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니 대학원 졸업장이 부끄럽기 이를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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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생계가 달리면 언어는 향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대화를 주고 받는 일을 하지 않고 몸쓰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그 말조차 무색하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공부에 손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어느날 몸에 밴 언어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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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내내 비소식이 있다. 따뜻해진 날씨가 어디론가 훅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지만 비에 발이 묶이는 까닭은 언제나 소리없이 계절은 오고 일상은 변함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 아닐까? 모든 상황에 요동치지 않는 평정심을 갖게 되는 것은 꾸준함이 이끌어내는 열매임이 분명하다. 나는 일상의 근력이 만들어내는 그 무엇을 신뢰한다. 그런까닭에 답없는 인생이 그나마 오늘의 나로 살아가게 된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