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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이 모래알 빠져나가듯.

huuka 2023. 8. 28. 11:04

이곳에 와서 흘린 눈물이 속울음이었다는 것을 뺨에 흐르는 눈물의 온도로 알았다. 눈물의 온도는 가슴의 온도와 같아서 눈물이 흐르면 가슴이 무너진다는 것을 마음은 알고 있었나보다. 딸아이와 보낸 2박 3일은 -  모마에서 본 그 어떤 유명화가의 그림보다도 눈부신 나의 딸.- 한 낮의 꿈처럼 짧았다. 딸아이가 떠나고 덩그러니 혼자 앉았으려니 왜 그리 눈물이 쏟구쳤을까? 눈물을 흘리면 무너질까봐 그렇게 참았던 것일까? 눈물이 흐르고 빰에서 그 열기를 느낄 때 내 손은 가슴을 움켜 지고 있었다. 연이어 끅끅 거리는 소리는 가슴의 파편이 튀는 소리. 나는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마냥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소중한 그 무엇이 빠져나간다. 나는 왜 이곳에서 이렇게 있는 것일까? 예민한 시로의 눈이 동그란히 커지고 두 귀를 뒤로 젖힌체 나를 바라본다. 창에 비친 서로를 바라보는 다정한 모습에는 그렁거리는 눈물을 담아내진 못한다.  하지만 시로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셔트를 누르는 순간 비둘기가 날아올랐다는 것을 딸이 가고 난뒤 한 장 한 장 스트롤하던 손끝이 멈추던 순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날아 올라간 것일까? 뜨거웠던 8월 그 어느날 바닷가에서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듯 그 모래알처럼 소리도 없이 빠져 나갔다.

니가 좋아하는 프라다칼로의 그림을 바라보며 칼로가 만든 거울액자를 통해 사진을 찍고 우리는 창을 통해 또다른 세상을 여행한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여기저기 끌고 다니던 나의 모정에 너는 답하듯 함께 움직여줬지만 칼로의 그림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였어. 더 많은 곳에 너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남겨두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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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음에 이걸해보자는 말에 희망을 걸지 못하는 것일까? 왜 모든 순간을 이것이 마지막인듯 바둥거리며 애를 태워야 하는 것일까? 애닮은 삶에는 그 누구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비애는 깊어가고 살아갈 희망은 자꾸만 빛을 잃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