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이 늘었다.
생각이 나를 삼키려들때 헤드셋을 끼고 무작정걷다보면 주민들을 위한 공원이 나온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인 까닭인지 인적이 드물다. 오히려 그 적요가 내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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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찾아볼길 없이 오로지 나무와 무게를 더해가는 어둠. 그 어둠에 익숙해질수록 눈은 밝아진다. 그 눈이 발견한 내일의 비상을 준비하는 민들레의 투명한 몸.나도 내일이면 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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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가는 어둠의 무게만큼 마음도 함께 내려앉는다.편치않는 마음. 가학과 자학은 늘 내옆에서 마음을 들끓인다. 언제즈음이면 자유할수 있을지 알 수없는 경계에 서있는 이 시간조차 철저히 혼자 감당할수밖에 없는 혼자만의 것이라는 것이 송곳에 찔린듯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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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는 시간은 민낯을 드러내는 시간이라 그리움에조차 정직하게 하고 수위를 넘는 용기를 자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힘에 아침의 후회를 만드는 까닭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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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는 그 말이 뭣이라고 모든 빗장이 열려 그리움으로 바꿔놓는 것일까. 모든 세포하나하나에 까지 길드려짐은 길들인 자조차 알지못하는 버려짐인데 어쩌자고 자꾸 멈춰서 뒷걸음질인것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없이 발걸음이 무거워져 한발 옮겨 놓기가 버겁다. 가로등에 그림자가 짙다.새로 난 잎이건만 이렇게 짙을수 있단 말인가. 내게 드리운 그림자도 새로난 것이든 묵은 것이든 짙기만하다. 참 보고싶고 그립다. 이렇게 아프고도 살 수 있다는게 신비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