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봄이 숨켜져 있는데 바람은 차다. 어제는 우박같은 싸리 눈이 내렸다. 사방에 적막이 내려앉았을 때 버스정류장 가림막 유리에 부딪히는 싸리눈은 앓는 소리를 냈다. 적요를 깨는 그 울음은 내뿜는 입김으로 내가 우는 것인지 싸리 눈이 우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내일을 바랄 때에 구색한 변명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돈에 궁한 삶이라 아이들에게 빚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 빚 갚는 일이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빚을 갚고 나니 날개죽지를 떠나지 못한 자식새끼가 있어 2년은 더 살아야한다는 변명도 굳이 옹색하진 않다. 그러다 나를 보니 까닭없이 설워져서, 나란 인생이 까닭없이 불쌍해서 그 2년을 지나 더 살고 싶어서 꿈을 꾼다. 지독히 살고 싶다. . 마음이 꺾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