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추위를 이곳에서 맞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낯설고 혼자여서 더더욱 추울수 밖에 없었던 몇일이 꿈같이 지나고 모처럼 쨍한 하늘과 회복된 영상기온이 조금은 걸어도 좋다고 말을 걸어왔다. 도대체 어느정도 넓은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이곳은 쳐다보는 도로 끝마저 아득하기만 하다. 마치 이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어 한 발자욱만 더 들여놓아도 밑을 알 수 없는 낭떨어지가 있을것만 같은 저 끝. 나는 도로 한 중간. 마주오는 차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박제되는 시간 속에 나는 길을 잃는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이 낯섦은 무어라 설명할까.
그럼에도 날마다의 생활은 몸에 익어 혼자서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마주치는 얼굴색이 달라 어깨가 좁아지고 혹여 내릴 곳을 지나칠까 콩딱거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오늘은 걷기 나쁘지 않다. 적당히 차가운 바람이 머리를 맑혀 기분마저 투명해진다. 이런 날은 뭐랄까? 바라보는 모든 것이 예쁘게 보인다. 회복된 영상의 날씨를 즐기는 건 나만이 아닌 듯 낙엽이 쌓인 나무 아래 청설모가 바쁘게 움직인다. 저녀석들은 어디 있다 이렇게 나온 것일까? 늦가을 상수리 나무 아래 통통한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제법 홀쭉해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될 터인데 어떻게 이 긴 겨울을 저들은 어떻게 지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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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가 교회서 받은 25불 적립카드를 가지고 2정거장을 걸어 아이합에 갔다. 모처럼 여유를 즐기려 책 한 권까지 야무지게 챙겨갔건만 연말이여서일까? 매장은 왁자지껄하니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수런수런 주고 받는 말들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그들의 언어는 백색소음이 되고 주문을 마친 나는 책에 눈을 돌린다.아이합은 팬케잌 전문점이다. 하지만 나는 볼륨감이 느껴지는 이 프렌치토스트가 더 맛나다. 곁들어진 스트로베리 시럽은 새콤 달콤하고 바나나는 부드럽다. 오늘은 실수 없이 반숙계란(Sunny Side Up)주문도 제대로 했다. 이곳에 온지도 벌써 반년이다. 한인타운에 있다보니 영어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아니고는 사용할 기회가 없고 들을 기회도 없다. 이제야 미국에 10년 20년 살아도 제대로 영어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긴장감을 가지고 공부하지 않으면 나역시 그렇게 될 듯하다. 공부는 언제나 어려운 것이니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