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장을 접기가 가장 어려운 듯하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내 마음과 어긋나 버릴 때마다 마음을 접어 더 이상 접을 것이 없을만큼 접었다.
하지만 왠걸. 이번이 끝이다 생각할 때마다 아직도 접을 모서리가 남아 있어 그렇게 그렇게 접어갔다. 이제는 그 마지막 더이상 남지않은 모서리를 보면서 이 모서리를 다 접으면 둥글어 질 줄 알았던 것이 둥글어지기는 커녕 조그맣게 아주 조그만하게 변해서 사라져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그 마지막 그 마지막을 접으면 물거품처럼 사람질 듯해 그냥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깊이 봉인했다. 아리다. 이것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언젠가 많은 시간이 흘러 봉인이 해제될 날 이 오기나 할까? 그것은 헛된 마음이란 걸 알지만 마지막 한장은 그냥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아무리 작은 풀꽃도 해를 향해 진격한다. 그 방향이 같다. 한치의 어그러짐이 없다. 단순한 생명의 갈망, 그 갈망이 그들의 방향을 정하고 살아가게 한다. 내가 바라보아야 할 것, 내가 나아가야 할 것, 그 모든 것이 지금은 가리워진 길마냥 희미하게만 보인다. 눈으로 볼 수 없으되 온 몸의 세포를 열어 해를 바라보고 수맥을 뻗어 올리고 바람에 몸을 흔들어 불필요한 무게를 날려버린다. 보이지 않을 때 눈을 감고 불필요를 덜어내는 것. 오늘의 배움을 나는 잊지 말아야하겠지. 아낌없이 사랑했고, 미친듯이 살아보았으니 이만하면 충분하다. 마지막 장은 여백으로 남겨두자. 세월이 그 여백을 메워갈 수 있도록 말이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급 SOS (0) | 2022.05.26 |
---|---|
매일매일을 손꼽다. (0) | 2022.05.20 |
뒷모습조차 찬란한. (0) | 2022.05.17 |
그때 우리가 좀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0) | 2022.05.11 |
저무는 해의 눈부심 (0) | 2022.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