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뒷모습조차 찬란한.

huuka 2022. 5. 17. 18:02

늘 얼굴을 찍으려고 했다. 꽃 수술이 담뿍 드러나 꽃잎과 대조를 이루는 색채감이 드러나도록 말이다. 오늘은 왠지 꽃의 뒷모습을 보았다. 정오의 햇살을 받아 투명하기까지 한 꽃의 뒷모습. 제대로 찬란하다. 그랬다. 꽃은 뒷모습까지도 찬란하다. 그래서 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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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이 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쳐진 어깨로 터벅터벅 걸어가 바라보는 이마저 기운을 앗아가는 그런 뒷모습이 아니라 상큼한 향기를 남기고 왠지모를 기운과 기상이 느껴져 함께 어깨를 맞춰 걸어가고 싶어지게 하는 그런 뒷모습. 안녕을 고하는 자리역시 마찬가지다.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가능한 흔적을 지워 새로운 이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그런 마무리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사람일이란게 마음대로 되는 것만은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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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미련을 가졌고 아쉬움이 남아 실신할만큼 앓았다. 신열이 내리고 나니, 그렇게 더이상 접을 것 없었던 마음의 마지막 장을 접게되고  마음은 옹골차졌다. 부질 없는 것들일지라도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가 있다. 또한 부질없이 에너지를 써서는 안될 때도 있다. 할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사람의 품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성품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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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대로 산다는 말이 있듯 나는 내 생긴대로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가겠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나쁜 것들은 좋은 것들로 채워가면 되지 않겠나. 정신 없이 살았다. 닥치는대로 산다고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물론 건강조차 돌보지 못했던 삶.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드라마 대사처럼 단 한번 도 채워진 적이 없는 나를 채워가보고자 한다.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는 이는 가장 악랄하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이의 어리석음은 자신의 인생을 좀먹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품위를 지키며 산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쓸데없는 욕망과 억울함을 버리고 만족과 감사를 유지할 수 있다면 품위는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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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열고, 나무에 이는 바람소리에 마음을 기울였다. 삶은 빈하지만 나의 영혼은 빈하지 않구나. 정말 다행이다. 자존심까지 토하고 나니, 이제 진짜 빈 몸이 되었구나. 빈 몸에 새의 지저귐과 바람의 노래가 채워진다. 그렇게 봄은 지나간다. 태양빛이 조금 더 뜨거워지는 날 나는 해변에서 서핑을 할거다. 삼키려 드는 파도앞에 up.stand.를 외치며 위태위태할지라도 보드에 서서 파도에 맞서야지. 그렇게 또 한계절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상처도 아물지 않을까?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살아가자. 백세 인생 반밖에 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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